내 마음속에는 미운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다

by 노이의 유럽일기




내 마음속에는 미운 아기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물을 좋아하지만 수영은 하지 못하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무대 공포증이 있는




내 마음속에는 미운 아기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다

하고 싶다, 그치만 난 안 되겠지, 되뇌는

재밌겠다, 그치만 시간이 없네, 되뇌는




내 마음속에는 미운 아기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더 이상 힘내라는 말을 들어도 힘이 나지 않는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단 말에 위로받는




나의 미운 아기 오리는 무던히 애를 썼다

다른 오리들처럼 작고 하얘지기 위해서

다른 오리들처럼 꽥꽥 귀엽게 울기 위해서




나의 미운 아기 오리는 조금씩 지쳐갔다

사실은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코 다른 오리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나의 미운 아기 오리는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호수를 떠나 강을 거슬러 올랐다

다음에는 강을 떠나 바다를 건넜다




아기 오리가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기 오리만의 색깔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흰색도 아니었고 노란색도 아니었고 검은색도 아닌




그동안 숨겨왔던 털을 오롯이 드러내자

아기 오리의 털은 일곱 가지 색깔로 반짝였다

아기 오리가 날아가는 곳마다 무지개 꽃이 피었다




아기 오리는 빨간 깃털을 뽑아 마음껏 글을 썼다

아기 오리는 노란 깃털을 뽑아 마음껏 그림을 그렸다

아기 오리는 파란 깃털을 뽑아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




더 이상 자신이 오리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만약 백조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깃털에서 태어나는 모든 것에 행복했다




나의 미운 아기 오리, 그것은 아직 피우지 못한 나의 꿈

삶은 결국 나만의 백조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닐까

삶은 결국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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