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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Nov 05. 2021

친구가 없는 유학생이 점심시간을 맞이하는 자세




아직 마땅히 친구가 없는 캠퍼스 라이프에서 사실 가장 애매한 시간은 수업이 끝난 직후의 시간이다. 수업 전에야 적당히 수업에 너무 늦지 않게만 도착해서 자리를 잡으면 되고, 수업이 시작되면 다들 수업에 집중해야하니 신경쓸 일이  하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면 모두가 비슷한 동선으로 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과정에서 친한 애들은 자연스레 모여서 같이 집에 가거나 놀러가고, 혼자 움직이는 애들은 혼자 움직이고, 나처럼 아무렇지 않은  걷지만 사실 누군가랑 친해지고도 싶은 애들은 다른 일을 하는  느릿느릿 움직이며 주위 눈치를 본다. 하지만 거의 평생을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본 경험 ‘0’ 가까운 나는 (   있었음) 보통 살짝 분위기만 살펴보다가   길을 간다. 그래서 묘하게 마음이 팽팽해진다. 혼자 다니는  편한데(정말 편한 인프피), 한편으로는 혼자 있는  모습이 찐따같아 보일까봐 그런건지, 아니면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데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스스로 답답해서 그런건지, 묘하게 마음이, 애매하게 불편하다.



 중에서도 목요일  수업이 끝난 직후가 사실 일주일  가장 애매한 시간이다.  수업이 끝나면  점심 때라서 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밥을 혼자먹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왠지  시간이야말로 같이 밥이나 먹으며 친해지기 좋은 기회라는 알고 있어서,  고민을 하게 된다.


같이  먹자고 해볼까? 말까?  모르겠다 그냥 혼자 먹자.’

누군가 같이 밥먹자고 말 걸어주지는 않을까?’


혼자 내적 갈등을 겪다가 혼자서 메뉴를 골라서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방금 전 수업교수님과  마주친다. 혼자 밥먹으러 온 교수님을 보면 또 ‘같이 먹자고 말을 걸어볼까?’ 생각이 든다. 교수님이 젊은 교수님이 나이대가 나와 비슷해 보여서 그런지, 같은  학생들보다 교수님에게  친밀감을 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생각을 했으면 실행해 보거나, 안하기로 했으면  생각도 안하면 되는데, 나는 하지는 고 속으로 생각만 하며 마음 에너지를 써댄다. 그러니 혼자 피곤하다.








오늘은 달랐다. 수업  친한 동기랑 같이(하지만 수업을 같이 듣지 않는 친구) 교직원&학생 알바들을 위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잠깐이라도 참여하기로 했다. 스케줄을 보니 일정이 빠듯해서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수업이 끝나자마자 종종 걸음으로 멘자로 향했다. 강의실에서 멘자로 가는 길의 풍경은 변한  없었지만 내 마음은 한결 편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같이  먹을래?”, “좋아라는 말이 오고가는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멘자에 같은 수업듣는 학생들이 누가 있나 두리번거리지도 않았고, 교수님도 신경쓰지 않았다. 빠르게 먹을  있는, 양이 적은 메뉴를 계산하고 빈 자리를 찾았다. 비가 와서 야외에 앉는 사람이 없는 통에 평소보다 자리가 었다. 거침없이 눈에 띄는 아무  자리로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평소였으면   하기 부끄러워서 완전  자리에만 가서 앉는 사람) 괜찮다고 해서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혼자 앉은 사람의 맞은 편에 혼자 앉아서 밥을 먹는  처음이었는데, 맞은  사람이 „Guten Appetit(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후다닥 먹고 먼저 자리를 뜨면서 나도 “Schönen Tag noch(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해봤다.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하고 급한 목적이 있으니까  시간도 아무 것도 아니네. 결국 선택과 마음가짐의 문제였구나.’



먼저 다가가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이상 마음쓰지 말고, 먼저 다가가기로 결심했다면   해보면 되는 거다. 마음쓰는 것도, 다가가보는 것도,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는 것도 결국  선택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오늘  해도 다음  목요일이면  같은 상황에서 같은 고민을   있겠지만, 그러면  순간 침착하게 선택을 하면 된다. 내가   있는 만큼만 발을 내딛으면  . 억지로 다리를 찢을 필요도, 매순간 달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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