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연애의 밸런스를 찾다

30대 중반의 연애 성장, 짧은 기록

by 노이의 유럽일기


나의 연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에서 중요한 건 무엇일까?


30대의 연애는 20대의 그것과 너무나 다르다. 능력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고 오직 설레이는 감정만 좇았던 20대의 나는 만남도 많이 하고 이별도 많이 했다. 상대방과 나의 맞지 않는 부분을 캐치하는 능력도 빠르고, 서로가 안맞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끊어내는 것도 잘했기에 짧은 연애가 많았다. 하지만 20대 때는 매번 관계에 온 진심을 쏟아부었기에 잦은 이별에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짧은 연애가 반복되는 것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30대가 되니 오래된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아이도 기르고 있다. 분명 비슷한 선에서 출발한 것 같은데 지금 나는 그들과 완전히 다른 속도를 걷고 있는 기분에 위화감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각각의 그림이 다를 뿐, 누가 더 빠른 것도 누가 더 느린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지금 삶에 결코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무엇보다도 20대 때의 나의 연애보다, 30대의 연애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연애하는 삶을 즐기고 있는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사회가 말하는 적절한 시기의 결혼을 포기하고 독일에 오는 것을 선택했었으니까. 이 곳에 와서 나는 내 삶을 소중히 하는 법을 터득했고, 더 이상 관계에서 내가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물론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래서 쓸데없는 의심으로 자존감을 갉아먹던 것도 그만두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마음을 너무 쏟지 않으면서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부드럽게 정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몇 개월 동안 벌어진 변화이다. 아니, 사실 10대 때 부터 오래오래 쌓여온 내 마음 고생이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 같기도 하다.



가장 크게 변한 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나의 마인드셋'이었다. 가뜩이나 내향형 성향이 강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신중한 탓에 나는 스스로가 정말 강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뉴페이스를 만나는 게 힘든 유형이다. 게다가 나는 썸도 두 명이랑 타면 바람 피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을 갖던 스타일이라 한 번에 두 명 이상의 남자를 만나면 둘 다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지금 돌아보면 제일 멍청한 짓...) 사실 그냥 20대의 내가 더 우유부단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암튼 나는 마음을 잘 여는 것 같으면서도 철벽인 타입이었는데 지난 몇 달 간 철벽을 잠시 내려놓았다. 일단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만났다. '이 사람은 이런 점이 좋구나, 나랑 이런 게 맞겠구나, 그래 맞아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있지, 이런 건 잘 안 맞겠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나를 잘 알게되었다는 의미이고, 연애 초반 두근거림과 설렘에 눈멀어서 보지 못하던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화에서, 첫 만남에서 설렘이나 두근거림, 뭔가 끌리는 느낌이 있어야만 만남을 지속했었던 습관을 조금 내려놓고 기대감도 제법 많이 내려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 시작하기 전에 너무 따지게 되더라. 꼭 돈이나 능력 뿐만이 아니라, 대화가 잘 통하는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가치관은 어떤지, 싸울 때 어떻게 푸는 사람인지, 멘탈이 안정적인 사람인지 등 내 과거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부분들을 유난히 꼼꼼히 재고 따지게 된다. 이런 점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한 번에 좋은 사람을 바로 만나려고 너무 재고 따지다가 지치게 된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나질 수가 없는 건데도 말이다. 적당한 밸런스가 중요하다.



적당히 문을 열고, 적당히 마음을 주고, 적당히 문을 다시 닫을 줄도 알고, 때가 되었을 때 활짝 열어줄 수 있는 것. '그래서 이 적당히가 뭐냐, 그게 말이 쉽지 마음이 마음대로 되더냐!' 라고 20대의 나도 외쳤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 갑자기 된다. 연애의 능력에 그래프가 있다면 꾸준히 올라가는 성장형 그래프가 아니라 계속 저점에 있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갑자기 껑충 상승하는 그런 그래프일 것 같다. 이 '나만의 적당히'를 알기 위해서 그동안 숱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 온 것 같다.




평생 몰랐던 이 느낌을 알고 나니, 태어나 처음으로 여러 명의 남자가 내게 동시에 호감을 표시해서 나름 진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는 경험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동시에 2명의 남자가 대시하면 죄책감도 들고 결정이 어려워 혼자 괴로워하며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다 내려놨을텐데. 이번에는 나의 감정과 이성적인 판단을 적절히 고려하여 아무리 좋은 감정이 들어도 이성적으로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놓는 게 가능해졌다. (살면서 가장 안되고 힘들었던 부분) 그들을 놓을 때도 상대를 존중해주고 가능한 상처주지 않되 부드럽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도 있게 되었다. 앞뒤 물불 안가리고 좋으면 뛰어들고 타버리고 또 뛰어들고 또 타버리던 불나방 같던 내가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이 너무 신기하다.




역시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지금의 내 삶이 더 좋다.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한 게 많지만 30대가 되어서야 진짜 내가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나이를 먹는 걸 슬퍼하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보지만, 나는 오히려 기뻐하고 싶다. 나이를 먹는 게 기쁜 삶을 살고 싶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나답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











- 커버 이미지: Photo by Manuel Meuriss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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