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지 않는 이유

by 노이의 유럽일기

독일에서는 연애 가치관이 정말 다양하다. 오픈 릴레이션십도, Friends with Benefit도, 폴리아모리도 모두 여기에 와서 처음 알았다. 요즘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2017년 유교걸로 독일 땅을 밟은 나에게는 가히 충격의 도가니였다.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공부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그런 연애관들이 외국에선 일반적인 연애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요’이다. 독일은 여전히 전통적인 일부일처제의 방식으로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연애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국보다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연애관에 관심을 가진다거나,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직접 만나봤다. 20대, 30대, 40대 나이도 크게 가리지 않는다. 앞의 에피소드에서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헤어지고 나서 Friends with Benefit으로 지내자고 이야기한 X도 2명이나 있었다. 만약 내가 여지를 더 주었다면 2명이 아니라, 3명, 4명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독일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폴리아모리 방식으로 서로 파트너를 공유하며 ‘함께’ 살고 있는 3명의 커플을 초대해서 폴리아모리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들은 적도 있다. 개인 팟캐스트가 아니라 독일 내 유명한 언론사의 팟캐스트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유로운 연애관에 대한 독일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모노 가미(일부일처제)가 아닌 다른 유형의 연애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만약 내가 전통적인 방식의 연애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과감하게 오픈 릴레이션십에 도전해보고 그것이 자신과 맞으면 계속 그렇게 연애를 하고, 아니라면 다시 예전의 방식대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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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와서 연애나 썸을 타게 될 한국 여자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이것은 남자분들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 이런 자유로운 연애관대로 사는 것이 여기서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제안을 받았다면,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인터넷에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 검색해보길 바란다 (한국어 말고 영어로 검색을 추천한다. 번역기를 돌려보더라 해도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유려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며 잘 모르는 여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그 뒤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떤 연애 가치관으로 살아가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나는 모든 연애 가치관을 최대한 인정하고 존중하려 하지만, 그 기본 전제로 ‘솔직함'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피소드


데이팅앱을 통해 잠깐 썸을 타다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 연락을 끊었는데 한참 뒤에 다시 연락이 왔던 남자 I가 있었다. I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이렇다 할 끌림이나 설렘이 없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연락을 반갑게 맞았다. 대화 내내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하는 그였기에 이 사람과 만나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오랜 연애를 끝낸 후라 한동안은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고 했었다. 그것도 내가 그와의 연락을 끊은 하나의 이유였고.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났으니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했다. 혹시나 지금 나 말고 만나는 여자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제야 사실은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사실 자기는 요즘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그 사실을 왜 처음부터 나에게 말하지 않고 들이대기부터 했냐고 콕 찔러주었다. 미안하다며, 자신도 오픈 릴레이션십이 처음이라 서툴다고 했다. 여기서 꼭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이 주의해야 할 사람은 이미 오픈 릴레이션십 중인데 나에게 성적 관계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오픈 릴레이션십이 ‘처음'인 사람이다. 오픈 릴레이션십이 뭔지 그냥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르다. 거기에도 나름의 룰이 있고, 그 룰과 상황은 커플 마다도 다르다. 어떤 커플은 한쪽은 오픈이지만, 다른 한쪽은 클로즈인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커플은 둘 다 오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룰도 그때 그때 다르고, 내가 고려해야 할 점도 달라진다. 그런데 처음인 사람들은 자기들부터가 이 상황에 서툴다. 거기에 굳이 끼어들고 싶은가? 나는 그러고 싶진 않았다.


내 경우,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고 싶지도 엮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답지 않게 그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첫째로, 건강적인 이유이다. 만약 이 사람이 다른 여자랑도 자고 왔는데 거기서 성병이라도 옮아온다면? 만약 이 사람의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자고 왔는데 거기서 옮아온다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도 만들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둘째는 심리적인 이유이다. 폴리아모리와 오픈 릴레이션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친밀감’의 부재이다. 오픈 릴레이션십의 중심은 메인 커플이고, 그들이 서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허락하는 선은 ‘몸의 교류’까지이다. 마음은 주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특히 나처럼 감정적인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남자가 나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면 결국 그 관계는 어느 쪽이든 끝이 나야 한다. 키우지 않아도 될 불씨를 키우는 셈이다.


물론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궁금해서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말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선을 지킬 수 있는 자기 컨트롤 능력은 필수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을 아는 것이다. 내가 어떤 관계에서 가장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지를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이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하고 끝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 어떤 모습의 관계이든지 상관없이.








이미지 출처: Photo by Dainis Graver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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