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연애 문화는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서구권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해도 안된다. 미국과도 또 다르다. 유럽 국가들 내에서도 각 나라 문화에 따라 천지 차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와 독일은 같은 유럽이지만 사람들의 대중적인 성향도, 연애 스타일도 명백하게 다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불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면, 독일은 얼음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특히 연애라는 건 한 사람과 한 사람의 깊은 관계이기에 문화 차이는 이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미묘한 다름의 사이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언어의 다름은 차라리 귀엽게 느껴질 정도이다. 말이라는 것은 사실은 나와는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아주 중요한 수단이지만, 우리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다름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상대방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갈 만큼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하듯 말이다. 본질은 그 너머에 있다. 가치관, 생각하는 방식, 사소한 습관, 몸의 제스처, 음식 하나하나 까지.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하고, 내 삶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말이 잘 통해야 서로를 이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말이 더 중요 해진 것일 뿐이다.
결국 열심히 언어를 배워서 상대방과 말이 통하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그 ‘말’로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의 출발점에 섰을 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고군분투하면서 수많은 연애에 실패하며 얻은 결론은 ‘독일인은 이렇다더라’, ‘프랑스인은 이렇다더라’ 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독일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우리나라 포함) 대부분 독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독일 남부의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독일 북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컸다. 예를 들면, 뮌헨 사람들과 베를린 사람들의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뮌헨과 베를린에 둘 다 살아본 동료의 설명에 의하면, 뮌헨에서 일요일이란 모두 집에서 쉬는 날이라고 한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일요일은 즐길거리도 더 많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이런저런 여가 활동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성향 상 베를린이 훨씬 자기랑 잘 맞다고 했다.
내 경험을 빗대어 말해보자면 내가 함부르크에서 만난 남자들도, 남사친들도 모두 그 성향이 제각각이었다.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는 독일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친구들과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주 늦는 독일 남자도 있었고, 아예 시간 약속 잡기를 싫어하는 다소 반항적인(?) 성향의 남자도 있었다. 어떤 독일 남자 친구에게는 너도 독일 사람이니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맥주의 나라지만 절대 맥주는 안 마시고 와인만 마시는 독일 남자, 독일 남자에게 로맨스는 기대하지 말라고 들었는데 지구 반대편 여행 가면서도 온라인으로 꽃다발 주문해서 보내주는 남자까지 아주 다양했다.
그리고 독일에 있다고 해서 내가 독일 사람만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헝가리 사람, 스위스 사람, (본인이 이탈리아 사람이라 주장하는) 이탈리아 독일 혼혈인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결국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한 사람을 처음부터 새롭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만난다. 그의 문화적 배경도 중요하지만, 그라는 사람 그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에 종종 자신의 연애담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다. 타지에서는 한국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나 둘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거기 갇혀있기보다는 온라인으로라도 다른 사람들과 서로 경험을 나누는 편이 더 건강한 연애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검색은 가능한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정보를 편견으로 쓰기보다 참고용으로 써야 한다.
결국은 대화고, 결국은 인내이며, 결국은 이해이다. 국제연애라고 해서 대화를 덜 해도, 덜 인내해도, 덜 이해해도 쉬운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 만나는 것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그와 나의 진심이 통한다면 문화의 다름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