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06. 2022

유럽 카페에서 들리는 소음은 좀 다르다

좌영어, 우독어… 혼란하다 혼란해




토요일 오후, 밀린 과제를 하러 자주 가는 카페에 왔다. 워낙 규모가 작은 카페임에도 보통 코로나 때문에 합석은 하지 않는데, 사람 많은 주말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아주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과 가깝게 앉게 되었다. 처음에는 에어팟을 끼고 노이즈 캔슬링을 켠 채로 음악을 듣느라 별로 못 느꼈는데, 잠시 귀가 피곤해서 에어팟을 빼고 있으려니 어째 내가 처한 상황이 묘했다. 내 오른쪽에서는 독일어 수다가, 왼쪽에서는 영어 수다가, 그러니까 좌영어 우독어가 나를 둘러싼 느낌이었다. 매우 혼란해진 기분.



독일에 살다보면, 특히 외국인이 많은 편인 함부르크에 살다보면 이런 일이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닌데도, 오늘따라 묘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오랜만에 사람들과 가까이 앉아서? 독일어가 들리게 되어서?

둘 다 맞는 말이긴 했다. 독일어를 못하던 시절에는 독일인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한들 내게는 그저 에스프레소 머신이 커피를 내리는 소음과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수다가 들려온다고 해도 영어에 더 신경이 쓰였을 뿐, 이번처럼 혼란스러워질 일은 없었다. 내가 독일어 듣기가 조금씩 나아졌다고 느꼈을 무렵은 한창 코로나가 활개를 치던 중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는 카페에서 사람들과 떨어져 앉았으니 남의 수다가 들릴 일이 별로 없었다. 막상 이런 상황에 놓이니 이 상황이 웃겼다.


더 이상했던 건, 이해가 잘 되는 영어보다 아직은 완벽히 이해가 되지 않는 독일어 수다 쪽이 더 정겹게 들려왔다는 것.

불과 엊그제까지만 해도 독일어 스트레스 때문에 숨이 막힌다며 하소연하던 내가? 독일어가 더 정겹게 들린다고? 왜?

정말 사람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게 이런 걸까.


언어에 대한 애정도 때문일까? 영어는 좋아해서 배운게 아니라, 사회의 강제와 직장의 강제로 인해서 배울 수 밖에 없었던 언어였고, 독일어는 내가 좋아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언어라는 점에서 매우 다르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서 시작했다한들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독일어 앞에서 나는 웃은 날보다 울었던 날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날 이렇게 울렸어도 여전히 듣기 좋은 건 독일어 인걸까? 참 알 수가 없다.


과제에 시달리다가 잠깐 짬을 내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싶은 글이 참 많은데. 언제쯤 이 마음을 다 비워낼까.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기차와 나, 누가 더 지각상습범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