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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23. 2017

내가 관계에서 실망하는 진짜 이유

모든 것이 마음에서 온다고 하셨던 가요...


 

한 번, 정말 깊고 깊은 질문을 마음에 던져 놓으면 자기 전에 그것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이 생각하고 있나 보다.


연락이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고는 있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종류의 대화가 아니라서 마음이 많이 답답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운하다고 말을 할 수도 없어 내 가슴만 타들어가는 것.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다시 처음보다 더 먼 곳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그 서운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도 뭐라고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던 차에,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기대감이 실망을 만들어낸 것이구나'



예전에 이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너를 만나러 오는 길에 굉장히 마음이 두근거렸어'라는 나의 말에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라고.


뭐라고 더 말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함부로 기대를 가지는 건 관계에 좋지 않아'라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불교는 아니지만 인생의 가이드 삼아 스님들의 말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불교에서도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 말씀이야 몇 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글쎄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앎'과 '깨달음'의 차이도 몰랐을 때 였고,


오늘 아침에 느꼈던 것은 '작은 깨달음' 같은 것이었다.


내가 내 마음에 내 마음대로 '기대'라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키워놓았지만, 그 기대라는 건 상대방 눈에는 절대 실체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서로 상처 주고 멀어졌던 인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비단 사랑이 아니라 모든 관계가 그러했다.


상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의 마음이고, 그 기대치도 나의 기준선이다.


내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오늘 '마음을 비운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걸 조금은 느낀 것 같다. 


정말 텅 빈 느낌.


더 좋은 건 진짜 큰 기쁨은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영화를 볼 때 실망하지 않으려고 예고편을 보지 않는 버릇이 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지 않으면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경험을 종종 했다.


물론 예고편이 그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고,


워낙 광고를 해대는 통에 아예 안 볼 수는 없지만 나는 가능한 수박 겉 핡기 식으로 예고편을 흘려보낸다.


그정도만 해두어도 보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고,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모른 채 보는 것이 훨씬 큰 재미를 느끼게 해주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본 영화보다 예고편이 더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에서의 법칙도 한 가지 만들어야겠다.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작은 '기대'들을 잘 찾아내서 내 마음 밖으로 내보낼 것



기대를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보상 심리도 내가 원한다고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가장 중요한 건 내 안의 이런 '기대 심리'들은 내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우선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상대방이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았다고 서운해하고 화내다가
상대마저 상처 줄 가능성이 확 줄어든다.


그리고 가능하면 고요한 마음으로 그런 '기대 심리'들을 내 마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나가는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빨리 내보내고 내 삶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편안해 진다.


한 번으로 끝날 일은 아닐 것 이다.


적어도 나는 오늘 하루는 넘겼다.


그리고 내일 또 내보내야지.


할 일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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