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머리가 백지이다. 일단은 써보기로 한다. 어제는 완전 피곤했는데도 갑자기 몰입이 되며 써졌지만, 오늘은 떠오른 글감은 있으나 어쩐지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번 브런치 북프로젝트에 그동안의 나의 국제 연애 경험담에 관해 쓰고 싶다. 하지만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난 내 경험에 대해서 쓰면, 행여나 지난 번 노브라 글을 썼을 때처럼 많은 악플을 받지는 않을지 망설여졌다.
평소의 나는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나는 점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거나 상처받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고, 스스로도 당당하다. 하지만 처음 내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외국에 나가기 시작했던 시기에, 그러니까 내가 20대 중반에 인터넷에서 봤던 글들이 아직도 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계기는 이랬다. 처음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인터넷에서 그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유용한 정보도 많았지만, 편파적인 정보도 있었다. 검색 결과에는 워홀을 다녀온 여자들은 문란하다는 식의 비난아닌 비난(?)이 꽤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저 열정을 따라갔을 뿐인데,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자들의 질투였을까? 아니면 그저 연애와 성생활에 대한 다른 가치관 차이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인스타에서 국제 연애 관련 인스타툰을 그려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너무 잘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대부분 좋은 분을 만나서 잘 만나고 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 경우는 전혀 다르다. 성공과 실패로 따지자면 실패를 좀 더 많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는 나도 국제 연애에 대한 환상이라는 게 있었다. 뭐, 지금은 모두 깨졌지만. 이런 나의 국제 연애 실패담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도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지 고민이 된다.
참 우습다. 누가 적었는지도 모르는 온라인상에서 본 누군가의 의견이 아직까지도 내 무의식에 자리잡아 나를 망설이게 한다는 것이 말이다. 유교걸이었던 나도 독일 생활이 길어지면서 꽤 연애에 대한 사고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이번에 브런치 북프로젝트를 위한 연애 에세이를 쓰면서 조금 더 알을 깨고 나가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뼘 더 자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가능한 적어보겠으나, 부디 받지도 않은 상상속의 악플 때문에 중간에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Ian Schneid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