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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Oct 30. 2022

그 어떤 말로 위로할까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를 위해 지금도 부지런히 나의 연애 실패담을 적어야 하지만, 도저히 짧게라도 이 글을 적지 않고는 다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마치 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저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을 내 귀로 듣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으리라. 뉴스를 통해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들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다. 피해자의 신변 보호 없이 무분별하게 영상이 돌아다녔다는 말을 듣고는 안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긴급한 상황에 브이로그를 찍어 자막 편집까지 해서 올렸다는 남자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기자라면 모르겠다. 그런데 간호사가 그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듣는 내내 내 숨통이 조여오는 듯 아팠다. 일전에 군중에 섞여서 숨을 못쉴 뻔한 적이 두번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급하게 무리를 빠져나왔지만, 좀 떨어진 곳에 환자가 생겨 구급차가 오기도 했었다. 내 경우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지 않고 가만히 서있던 야외였는데도 그정도였다. 야외라서 실내보다 숨이 덜 갑갑하고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만원 지하철보다 갑갑했다. 하물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움직이고 서로 밀리고, 떠밀려가는 상황에서는 정말로 어찌 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더 화가 나는 것은 뉴스 속 화면에는 아직도 상황이 수습중인데 어디선가 계속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정말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계속 노래를 틀고 있었던 걸까? 

: 내용을 정정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사고 소식을 몰랐던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또 교통편이 끊기고 차량이 통제되어 이태원을 떠나는데에도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한창 꽃다울 나이에 이렇게 잠들어버린 사람들이 너무나 안타까운데, 어리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며, 유튜브 실시간 뉴스의 채팅방에는 또 온통 정치질들이라 보기 싫어 꺼버렸다. 


할로윈에 이태원 놀러간 것이 잘못이라면, 그게 잘못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은 밤늦게 술도 먹지 말고, 운전도 하지 말고, 담배도 피지 말고, 어디 사람 많은데 절대 놀러다니면 안되는 거 아닌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고인들과 피해자들에게 저런 말도 안되는 말들을 내뱉는건지 모르겠다. 


유가족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까. 서울에 사는 동생이 혹시나 만에 하나 이태원에 갔다가 휩쓸렸을까 한국 아침 시간까지 얼마나 마음 졸이며 동생의 답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평소 그런 곳을 가지 않는 동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은 자식, 친구, 연인, 형제, 자매 들은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고 또 그의 죽음을 알게 된 유가족들과 친구들의 마음은 얼마나 미어질까.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그 어떤 말로 위로를 할까.

더 이상 사망자 수가 늘지 않기를 바랄 뿐.

몸도 마음도 다치신 분들이 얼른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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