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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Apr 05. 2022

내 설렘을 존중해주기




친구집에 놀러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나는 카페나 식당이 '집'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자주 가지 않는다. 왜냐면 집에도 먹을 게 있고 마실 게 있으니까. 한국에서야 친구네 동네에 놀러가면 그 근처 카페나 식당을 가지만, 독일은 대부분 친구네집에서 먹고 마시는 문화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카페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손님의 움직임에 눈길이 갔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는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마침 밖에서 커피를 사야하는 날이 있었다. 친구는 라떼 마키아또, 나는 카페라떼를 사러 가게에 들어섰다.







"별로 좋지는 않아" 라는 친구의 말 때문인지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캐셔 뒤로 나란히 진열된 바게뜨와 유리창 위로 누워있는 디저트와 케이크를 보는데 마음이 설레었다. 

너무너무 탐스러워 보이는 에끌레어 때문에 펑 하고 머리 위로 초록색 폭죽이 터졌지만, 이번 달이야 말로 계획하지 않은 지출은 최소화 하겠노라 다짐한 달이기 때문에 겨우겨우 참았다.









커피 메뉴도 프랑스식이라고 했다. 친구가 라떼 마키아또를 시켰더니 여기는 다른 카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라떼 마키아또를 만든다고 했다. 차이가 무엇이냐 물으니 다른 카페들은 우유를 많이 넣는데, 여기는 우유를 조금만 넣는 레시피라고 했다. 그래서 라떼 마키아또를 시키려던 친구는 카페 라떼로 메뉴를 바꾸고, 반대로 카페 라떼를 시키려던 내가 호기심이 생겨서 라떼 마키아또를 시켰다. 이름도 라떼 마키아또가 아니라 프랑스어였는데, 외우기 어려운 매우 이국적인 이름이어서 기억이 나진 않는다. 커피는 꽤 만족스러웠다. 






만약 그 날 꼭 커피를 밖에서 사야하는 일이 없었다면, 친구의 평가만 듣고 그 카페에 발도 들이지 않을 뻔 했다. 하지만 카페에 들어선 나는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설렘을 느꼈다. 다음에 그 곳에서 디저트나 케이크를 꼭 사먹고 싶다고 하니 전에 빵을 먹어봤는데 별로였으니 디저트나 케이크도 맛이 없을 거라며 친구는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속으로 위시 리스트에 이 카페를 올려두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지만, 나는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꼭 내 마음이 가는대로 도전해 보는 것 같다. 친구에게 맛없는 빵이, 내게는 너무나 맛있을 수도 있고, 내게 너무 맛있는 과자가 친구에게는 두 번 다시 먹기 싫은 과자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삶을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누가 맛있다고 한다고 무조건 가서 줄서지도 말고, 누가 맛없다고 한다고 무조건 제외시키지도 말자. 적어도 내 돈 주고 사먹는 것 만큼은 나라는 사람의 기호와, 내 마음의 설레임을 최대한 존중해주기.









그래서... 언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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