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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Apr 07. 2017

네, 저도 외로워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외로움과 치열하게도 싸워왔다. 부모님은 나를 정말 키우기 참 까다로운 아기였다고 회상한다. 나는 어릴 때 정말 많이 울어서 엄마는 나를 키우고 나서는 남의 우는 아이만 봐도 질색했다고 한다. (죄송해요 엄마...) 일례로 아빠가 나를 업고 부산의 다리 하나를 오가며 재우고 집에 와서 바닥에 조심스레 눕히면 바닥에 머리가 닿자마자 또 울어재꼈으니 말 다했다. 나는 왜 그렇게도 울었을까. 아마 한 순간도 아빠,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기 싫었던 것 같다. 외로움에 사무칠 내 운명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부모님을 집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밤늦게 들어와서 잠을 주무시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는 시간뿐이었다. 동생이 둘이나 있었지만, 나에게 동생은 놀이 친구보다는 돌봐야 할 대상이었다. 내가 아무리 어렸어도 내가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눌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정한 엄마는 아니었고, 엄한 아빠같이 굴었다. 까칠하고 무뚝뚝했다. 그 시기의 나는 사람을 살갑게 대하는 법을 몰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고독을 즐기기 시작했다. 


20살이 되어서는 서울 유학을 떠나느라 공식적으로 집을 떠났다. 그 뒤로는 쭈욱 혼자 살거나 가끔 여동생과 같이 살거나의 반복이었다. 이렇게 팩트만 적어놓고 돌아보니 외로움이야말로 내 자아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순간들은 늘 짧게 불타오르면서 금방 사라져 버리고, '화'라는 감정은 더 격렬하게 불타오르고 재만 남겼고, 늘 내 곁에서 조곤조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건 '외로움'이라는 녀석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외로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슬플 땐 시원하게 울면 마음이 가시기라도 하지, 외로움은 떨쳐내기가 잔인하리만큼 힘들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느끼는 스스로의 문제는 그런 '외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졌다는 것. 그래서 이것이 때로 나를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외롭다고 느끼면서,
외로울 누군가를 위해 내가 먼저 연락할 생각을 하진 않는다. 






외롭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 이렇게 느꼈다면, 먼저 다가가면 될 일인데 그걸 참 못한다. 해야겠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고, 해서 무슨 이야길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임 같은데 나가면 꽤 사교적이고 활발하게 이야기 나누면서도 거기서 맺은 인연들을 깊이 있게 롱런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깊은 관계를 맺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는 굉장히 나만의 영역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든 애인이든 동 시기에 2명 이상이 나와 가까워지려고 다가오는 게 보이면 뒷걸음질 친다. 그래서 한 번에 2명 이상의 남자가 다가오면 둘 다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늘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지만... 어릴 땐 그냥 부담스러웠다) 친한 친구 A와 B가 있으면 A랑 꾸준히 연락하는 시기가 있고,  또 B랑 꾸준히 연락하는 시기가 있고 이 시기는 잘 겹치지 않는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핵심으로 돌아가면, 




이성적으로는 혼자 있는 환경을 선호하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으로는 그걸 못 견디고 외로워한다.



음, 안다. 한마디로 노답이다. 며칠 째 고민 중이지만 정말 모르겠다.

이건 마치 '여자 친구가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가줬는데 막상 갔더니 우울하다고 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 친구'의 심정이랄까.

그래서 예를 들면, 지금 내가 가깝다고 여기는 인연에게 '우리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막상 이야기해서 그들이 너무 가까워지면 내가 또 뒷걸음질 칠까 봐 걱정돼서 말을 못 한다. (스스로가 봐도 멍청한 생각이긴 하다) 이래서 관계에서 소통과 교감이 중요한 거겠지.

일단은 그저 조용히 물러서서 두 개의 욕구가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어가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 그런데 왜 외로운 걸까?
그리고 왜 내 외로움은 특정인 혹은 특정 부류만 충족시킬 수 있는 걸까?



서로 타지 생활을 갓 시작한 친구 중 한 명이 오늘 나에게 외로움을 살포시 털어놓았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내 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며 안도했다. 나의 외로움이 이럴 때에는 쓸모가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 내가 타고난 이런 천성적으로 외로움을 향한 몸부림치는 성향이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서 얻은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래에 소개할 여러 개의 다양한 답변들을 통해서 당신의 외로움이 조금이라도 달래 지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외로움은 무엇인지, 또 당신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댓글로 들려주어도 서로에게 많은 위안이 될 것 같다. 








인간의 탄생 자체가 두 인간의 결합,
사랑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혼자 있으면 외로워한다. 

- 팟캐스트, 성공대 에피소드 中 -







외로움은 우리로 하여금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 언디, 도요 -








당신의 삶의 진정한 목적을 찾거나, 기꺼이 인생을 바칠만한 것을 찾을 때
외로움이 그것들을 찾는 힘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 Dag Hammarskjold -







자만심에 가장 좋은 치료제는 '외로움'이다.
- Tom Wolfe -





내가 유난히 외로운 것은 내 외로움으로 
타인의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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