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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Apr 27. 2017

드디어 독일의 세입자가 되다

독일에서 살아보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팁

*아래에 나오는 사진들은 함부르크를 돌아다니다 찍은 다양한 주택의 사진입니다. :)



2017년 3월 13일.


직장도 집도 없이 별다른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 정신으로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었던 나의 이상과,

단 한 번도 완벽할 수 없었던 나의 현실과,

그것을 인지한 자아가 저지른 ’아직 30대일 때 해보자’ 프로젝트 중 하나.


‘독일 워킹홀리데이 1년 살아보기’


 독일의 유학 비자나 워킹 비자를 얻는 난이도에 비해서,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는 것은 매우 쉬운 편이다.  그래서 조금 방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웰컴~’ 하면서 와서 살라고 비자는 줘놓고, 어디서 살라고 집은 참 구하기 어렵게도 해놨다, 싶었다.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고,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주택은 모자라고 살고 싶은 사람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집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는 오기 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그저 경쟁률이 치열해서 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나의 실수였다. 나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나는 ‘독일에서의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에, 독일에서 직장도 없는 사람에게 집을 임대해줄 임대인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처음에는 도전해보기도 전에 절망적이었다. 두려웠다. 그래도 직접 부딪쳐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제, 운이 좋게도 꽤 좋은 위치에 집을 얻는 데 성공했다. 3월 13일에 함부르크에 도착해서 4월 25일, 드디어 계약서에 싸인을 한 기념으로 오늘은 독일의 세입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함부르크에서는 왜 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걸까?


#1 도심으로 몰리는 것은 독일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우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대도시로 몰린다. 거기다 EU 국가의 다른 나라에서도 유동 인구가 몰리기 때문에 그 경쟁률은 더 올라간다. 함부르크의 면적은 755.2 km²이다. 서울의 면적이 605.21 km²이니 서울보다 더 크다. (인구는 더 적다) 하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아래 이미지에서 표시된 주황색 동그라미의 안쪽 부분이다. 알스터 호수와 가깝고 번화가와 가까운 곳. 아직 전부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4개월 정도 살아본 바로는 이 위치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고, 이 지역을 벗어나면 아주 조용한 주택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의 대략 1/8 정도랄까…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이 서울 내에서 거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센터로 몰리는 흐름은 독일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2 보증금이 낮은 대신 세입자의 ‘월세 지불 능력’을 꽤 까다롭게 따지는 편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독일에는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없고 임대를 위해서는 월세 제도를 따라야 한다. 한국의 보증금이 높은 대신 독일은 보증금이 월세의 2~3개월 정도로 낮은 편이다. (대신 이 곳은 월세가 약 한국의 2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월세를 안정적으로 지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집주인이 많이 따지는 편이다. 독일에서의 수입이 없고 한국에서의 불규칙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나는 ‘저 월세 잘 낼 수 있어요~’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많은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들어가기 전에 살고 있던 한국인 부부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3 집주인이 세입자를 고르는 기준이 까다롭다


독일은 임대차 보호법이 굉장히 잘 되어있다. 오늘 내가 사인하고 온 계약서는 계약서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Unlimited’라고 했다. 무제한. 그리고 이렇게 입주를 하고 나면 집주인 입장에서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게 법이 제정되어 있다. 심지어 월세를 몇 개월 동안 제대로 내지 않아도 내쫓기가 어렵다. 때로는 정말 골치 아픈 세입자를 만나도 내쫓기가 어려워 집주인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법은, 사실 세입자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세도 법적으로 3년 동안 20% 이상 올릴 수 없다. 이 부분이 독일이 세입자들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얻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사실 그만큼 집을 잘 관리해야 하는 책임도 따른다. 어쨌든, 이런 법의 제도 아래 있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그것도 독일에서의 고정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내어주는 일이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집주인이 까다로운 것도 이해는 갔다. 그리고 분명 나를 믿어주는 집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결론적으로 집을 계약하기까지 6주 정도가 걸렸다. 실제로 이사를 하기까지의 시간까지 고려하면 집을 구해서 입주하기까지 두 달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그때까지 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생활도 언젠가 한 번 다루겠지만, 한 달 정도는 버틸만한데 한 달이 넘어가니 조금 버티기가 버거워졌다.

 누군가 함부르크로 와서 집을 구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베를린도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런 팁을 주고 싶다. 현실적인 팁은 다른 분들이 블로그를 통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여, 정신적인 면 혹은 애티튜드적인 면에서의 팁을 알려주려고 한다.



 1. 넉넉하게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여유롭게 먹어라.


 사실 처음의 내 예상은 도착 후 1~2주 정도면 집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친구들이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이야기해도 ‘나는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오만이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고, 신용 증빙서류를 받아야 하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미리 꼼꼼하게 준비를 해서 가겠지만, 결국 모든 업무는 현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기간을 크게 단축시켜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것들을 모르고 왔는데, 알고 왔으면 두려움이 더 커져서 못 왔을 것 같기도 하다. (웃음)



 2.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라.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많은 곳에 연락을 했는데 겨우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본다. 나는 이 현상이 한국에서 취업 시즌에 회사 이력서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조건 많이 지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것이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가고 싶은 집에 정성 들인 서류를 작성해서 지원하고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와(기존 세입자를 통해서 집을 구할 경우) 교감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기 때문에 내가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나와 인연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정식으로 지원한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고, 이 곳 외에 다른 곳은 ‘조사’만 하고 실제로 ‘지원’ 하지는 않았다. 운이 좋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였다고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한 뒤, 일단은 부딪쳐 봐라.  


 나의 일 순위 목표는 ‘혼자서 지낼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알스터 호수와 가까운 편이길 원했고, 원하는 지역이 정해져 있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만족시키는 집이었다. 비싼 월세와 경쟁률 때문에 독일에는 집을 셰어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꼭 남남, 여여의 하우스메이트만 있지도 않고 프리 하게 섞여 있다. 현재 내 입장이나, 경제적인 상황을 생각한다면 셰어 하우스에 들어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긴 하겠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는’ 생활은 아니었다. 몇 번의 셰어하우스 경험을 통해서 나는 혼자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돈’이냐 ‘내 삶의 질’이냐 하는 기로에 놓였고, 나는 망설임 없이 ‘내 삶의 질’에 손을 들었다. (글로 쓰니 간단해 보이는데, 나는 지금 수입도 없고 결혼을 포기하고 있는 돈 다 싸들고 독일에 왔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돈’을 효율적으로 아끼는 일이 현명한 처사로 보이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셰어 하우스’를 구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주위의 조언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가 얇은 나는 처음에 내가 원했던 목적을 잊고 잠시 흔들렸는데, 사실 귀가 얇아서기도 했고, 두려움도 컸다.

 ‘모두 다 안된다고 하는데, 여기에 시간 투자해봤자 실패만 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닐까?’ 뭐 그런 두려움. 다행히 곧 마음을 다 잡고 정말 안되면 그때 다른 길을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기왕지사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러 독일까지 온 거 본인의 신념은 끝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실패하면 그때 백업 플랜으로 움직이면 될 일이다.







 나에게 독일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현실적인 주거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두려움에 맞서는 하나의 도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취감’이었다.


첫 번째 성취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자신에 대한 뿌듯함’

두 번째 성취는 ‘가능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얻어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

세 번째 성취는 가장 다행스럽게도 실제로 원하는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일이 생사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었다면, 독일에서 집을 구하는 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독일에서 집을 구하기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내 글이 참고가 될 뿐만 아니라 작은 용기를 주었기를 바란다.




 






사진, 글: 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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