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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어스믹 Feb 07. 2023

한국 사람들은 왜 검은색 롱 패딩을 좋아할까?

디자이너가 보는 검은색 롱 패딩이 매력적인 이유 3가지

오늘 날이 풀린다고 하여, 내복은 입지 않고 나왔는데 조금 으슬할 정도로 쌀쌀하네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종종걸음으로 커피집에 어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며, 넋을 놓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데 하나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놀이를 하듯.

, 그러고 보니 테이크아웃을 기다리는 손님,  자리에서 커피 한잔을 하는 손님, 자리를 잡고 이야기하는 손님 모두 검은색  패딩을 입고 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시간은 아침 일찍이었고, 복장도 다양하고  패딩 코디도 다양했습니. 적당한 통의 슬랙스와 세팅된 단발머리가 보이는 포멀한 커리어우먼 스타일,  앞에 나온  크록스와 조거팬츠로 코디한 편안한 스타일, 블랙진에 퍼가 있는 롱패딩으로 대인관계가 가능한 적당한 스타일의 롱패딩까지. 짧은 시간 스친 인연이었지만 모두 다른 스타일의  패딩이었어요. 그리고 한복 같이  넓은 오버핏으로 하얼빈 안중근 룩처럼 보이는 나의 검은색  패딩마저도 다른 스타일처럼 보였습니다.





롱 패딩. 그중에서도 검은색 롱 패딩은 어떻게 까다롭고 주체성도 강한 한국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을까?


길이가 길어 엉덩이를 덮어 따뜻하고, 검은색은 때가 덜 타고, 막 입기도 좋고 하는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재미로 디자인적인 측면을 조금  살려서 검은색  패딩을 관찰해보고자 합니다.


내가 주목한 한국인들에게 먹힌 검은색  패딩이 매력적인 특징은 3가지인데요.

1) 형태 : 주체성과 익명성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수직적인 형태라는 것

2) 퍼스널 브랜딩 : 브랜드 마법의 비율이라는 70:25:5 코디가 가능하여 멋쟁이가   있다는 

3) 색깔 : 빛 흡수량이 가장 많은 검은색으로 과학적으로 가장 따뜻한 색깔이라는 것





1) 수직 vs 수평


검은색 롱 패딩이 주체성과 익명성을 한 번에 취할 수 있는 수직적인 형태라서 매력적이다.




검은색  패딩은 형태적으로 보면 수직적이에요. 아래 너비보다 위로 뻗은 길이가   모양이죠.

수직적인 형태는 권위적이고, 독립적이며, 위압감을 줍니다. 그래서 고딕 양식으로 하늘을 향해 높고, 길게 뻗은 종교적인 건물에서 우리는 위압감과 경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  초상화에서도 권위적인 인물을 표현할수록 수직적인 형태의 틀을 차용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습니다.

수평적인 형태는 안정적이며, 주변과 조화롭고, 유대감을 주는데요. 르네상스 양식이 황금비율로 수평적이고, 안정적인 그림을 그렸던 것이  입니다.


수직적인 형태의 검은색  패딩은 각각 독립성 강조합니다.

이는 한국인의 특징  하나인 주체성과 매칭되는데요. 한국의 욕이 발달한 것은 한국인이 주체성이라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싫어할  일본인은 저주로 싫음을 표현한다면 우리나라는 주체적으로 창의적으로 구성된 욕을 붓죠.

강한  만이 살아남는 대한민국에서 검은색  패딩은  주체성을 표현하기 적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에 시베리아 한기에 싸우고, 경쟁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형태로 나의 존재를 위압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형태의  패딩은 나의 위엄을 보여주기 적합합니다.


또한, 검은색 롱패딩은 몸의 많은 부분을 덮는 형태인데,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기보다는 익명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형태입니다. 나는 밖에 대한 정보를 얻을  있지만, 밖에서는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없는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드러난 형태이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적합한 형태라   습니.





2) 브랜드 마법의 비율 70:25:5 


코디의 색비율 70:25:5로 맞춰, 마법의 코디 멋쟁이가   있다는 




70:25:5 법칙을 아시나요? 기본색상:보조색상:주색상의 비율을 70:25:5 비율로 브랜딩을 하면 조화롭게 보일 수 있다는 이론인데요(출처: 책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저도 디자인할 때 자주 사용하는 법칙입니다. 브랜드의 포인트가 되는 주색상을 전체의 5% 정도로 아주 일부만 사용하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요. 이 브랜드 마법의 비율을 검은색 롱 패딩 코디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멋쟁이들처럼 각종 패션아이템으로 코디하는 방법도 있지만, 매 순간 멋지게 코디하기엔 우린 할 일이 너무 많으니 현실적으로 코디에 많은 시간을 쓰긴 어렵죠.

이럴 때 검은색 롱 패딩은 훌륭한 코디 대안이 됩니다. 많은 면적이 롱 패딩 하나로 대체되어 별도의 코디가 필요 없는 부분도 꽤나 합리적인 코디법이지만, 공적인 미팅 자리와 사적인 만남 그리고 집 앞에 맥주 사러 후다닥 나갈 때도 각각의 TPO에 맞는 코디가 결정됩니다. 검은색 롱 패딩으로 기본색상 70을 만들고, 바지나 치마 같은 하의로 보조색상 25를 만들고, 포인트로 가방이나 신발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 5를 만드는 기적의 코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검은색  패딩으로 기본색상 70 만들고,
바지나 치마 같은 하의로 보조색상 25 만들고,
포인트로 가방이나 신발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 5 만드는
기적의 코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글의 첫 부분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침 커피집에서 스쳤던 검은색 롱 패딩 인연들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즐기는지가 모두 다른 각각의 한 사람 한 사람이었습니다. 같은 검은색 롱 패딩이지만 퀄팅의 모양, 품, 소재, 벨트, 퍼, 기장 등 다양한 소재로 이루어져 선호하는 스타일이 좀 더 시크한 쪽인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인지도 달랐어요. 그리고 그 검은색 롱 패딩 밑으로 있는 슬랙스, 추리닝, 롱치마에서도 어디를 가는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지가 모두 다른, 하지만 모두가 너무 조화로운 코디가 가능했었었어요.

검은색 롱패딩은 브랜드 마법의 비율 70:25:5를 훌륭하게 적용한 코디법입니다. 어떻게 입든 포인트가 잘 살려지는 극강의 코디법이라 할 수 있죠.





3) 가장 따뜻한 , 블랙


 흡수량이 가장 많은 검은색 과학적으로 가장 따뜻한 색깔이라는 



색깔에 따른 빛 흡수량을 볼 때 흰색이 가장 많이 빛을 반사하고, 검은색이 가장 많이 빛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빛을 반사하는 흰색이나 파란색 옷을 입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겨울에는 빛을 많이 흡수하여 따뜻한 검은색을 입는 게 효율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파다. 한파



매 겨울마다 오는 동장군 물리치려면 제일 따뜻한 색인 블랙으로 무장해야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흰색을 빛을 다 튕겨내고, 검은색은 빛을 다 가지고 가는 건데, 일단 뭐든 갖고 있어야 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검은색 롱 패딩의 매력에 대해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재미를 담아 살펴보았습니다.

검은색 롱 패딩 좋은 걸 여러 이유를 들어 말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따뜻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숏패딩 입다가 다리가 어는 줄 알았어요. 엉덩이를 낙낙하게 덮는 롱 패딩이 세계 최강인 듯합니다.

아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는 걸 깜빡했는데, 검은색 롱 패딩은 골반을 덮어 전체적인 실루엣을 직선으로 정돈하여 전체적인 이미지에 이지적인 면을 더 해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여하튼 검은색 롱 패딩이 타임리스 아이템으로 천년만년 유행이었으면 좋겠네요.

추운 겨울,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다음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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