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보우 Oct 01. 2023

디지털디톡스 절대로 하지 마라

유튜브를 보고 나서 봐야 할 그림


‘악마의 편집’은 나쁜 말이나 행동만 모아서 좋지 않은 사람으로 비치게 편집하여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유튜브, TV 프로그램등의 미디어에서도 다른 의미에서 악마의 편집을 한다. 좋은 부분만 모아서 예쁜 모습, 행복한 모습 등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편집해서 노출한다.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구경하면 얻는 게 있으면서도 어딘가에 씁쓸함을 남긴다. 이미 성공한 저 사람, 화려한 그 사람은 나보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더 잘난 것도 아니란 걸 분명 아는데 왠지 모르게 초라해진다.


카페인 우울증의 두 가지 이유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소셜 미디어를 접한 후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이럴 때 내가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거나 남과 비교하는 성격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심리적 차이에서 오는 증상이다.

 하나는 정보의 차이이다. 나에 대해서는 노력 정도, 갈등, 처한 상황, 결과등의 내부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지만 SNS의 잘 편집된 사진 한 장은 그의 노력, 불안, 고민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결과값만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로 나의 성취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생으로 얻어낸지 알지만 영상 속 그들은 쉽게 돈 벌고, 운 좋게 인기를 얻은 사람으로 보인다. 때로는 결과만 보고 과정의 부족한 정보를  ‘열심히 하지 않고 얻어냈다.‘ ’다 꾸며낸 것이다.’등으로 제멋대로 추측한다.  

 두 번째 차이는 다른 사람의 세계로 주의가 옮겨 갔다가 나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차'이다.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와 내 생활에 적응할 때 느끼는 여독 혹은 낯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거나 생활을 볼 때 우리는 즐거움과 공감을 위해 감정이입을 하고 상대의 상황에 몰입한다. 기준점과 주의가 일시적으로 타인에게 이동했다가 나에게 돌아오는 과정에서 낯선 느낌을 받는다. 미디어 여행을 많이 할수록 시차를 계속 겪어야 하므로 우리는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 끊기가 정답일까


 미디어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폰을 시간을 정해 잠가놓거나 상자에 넣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언팔, 넷플릭스 해지 등 통칭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 디지털 디톡스하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그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미디어에 기록하고 업로드하는 시대에 우리는 과연 미디어와 멀어져야 하는 걸까.  

 미디어는 ‘정보를 전송하는 도구’이다. 예전에는 3-4개 채널로 정보를 전송했다면 현재는 지구의 인구수만큼의 채널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송된다. 미디어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생산하고 많은 미디어가 소비자 욕구에 딱 맞춰져 재미있고 유익하기 때문에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이용하는 미디어는 모두 남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남의 이야기에 열광하는데 내 시간의 대부분을 쓴다. 미디어를 ‘나의 정보를 전송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생산자가 되는 것만이 어쩌면 유일하게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길이다. 미디어를 억지로 줄이려 할수록 갈망은 더 커진다. 미디어 사용을  줄여서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보다 선후를 바꿔 우선 사랑하는 것을 만나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주변정리가 되고 그 사람만 눈에 보이듯이 진짜 하고 싶은 일 혹은 꼭 해야 할 일을 먼저 찾아 집중한다. 미디어는 그 일을 하기 위해 활용한다. 1순위를 제대로 지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누군가가 잘해보고 싶은 것에 관하여 당신에게 묻는다면 즐거운 표정으로 몇 시간이고 말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초롱한 눈빛으로.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만들기, 게임 만들기, 음식 만들기 등 즐겁게, 잘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현실감각을 잃어버렸을 때 보는 그림


  물론 내 중심을 바로 세웠다고 해도 미디어가 주는 좌절과 우울을 피할 수는 없다. 미디어 안에는 ‘잘 편집된’ 성공한 사람, 잘난 사람, 그 분야에서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많이 들여다볼수록 언급했던 정보의 차이와 시차(다른 세계에 집중했던 시각을 나의 세계로 집중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차이) 때문에 부작용을 겪는다. 그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이상적인 모습으로 포장됐다는 걸 알아도 그들의 성취에 나의 현실은 아프다.  나의 시험점수가 아프고 통장 잔고가 그들과 비교되며, 식탁에 김치 없는 컵라면이 초라하다. 내가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지만 현실감을 찾을 때까지 붕 떠있는 느낌이 힘들다.



 갑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 허황된 마음이 대책 없이 붕붕 떠 다닐 때 우뚝하니 서 있는 숫자 1을 생각해 본다.  

숫자 1은 나를 1순위에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활은 2순위로 놓겠다.나를 중심에 놓고 미디어는 수단으로 사용하겠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내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겠다. 그들의 노력과 불안과 아픔을 모르는 상태에서 좋고 싫다는 판단을 하지 않겠다.

 다른 의미로 1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나의 현실과 실력을 의미한다. 나의 지금에 만족하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나는 한달음에 그들과 같아질 수 없고 하루 만에 모든 걸 다 이룰 수 없다. 먼저 달려가는 마음을 세워 나의 보폭에 맞춘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저 발을 땅에 딛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