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는 1870년에 설립된 침대와 매트리스 제조회사이다.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와 침대라는 고가의 단일 품목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큰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창립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침대 업계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 부사장은 ‘침대는 구매주기가 긴 만큼 수시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브랜드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팬덤까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시몬스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침대 대신 삼겹살 모양 수세미, 이천 쌀 패키지 등 이색적인 굿즈를 판매했다. 일시적인 팝업 스토어뿐 아니라 이천에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굿즈 스토어, 브랜드 홍보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열어 지난해 이미 방문 고객 100만을 돌파하는 명소가 되었다.
유스 컬처는 세대를 통합한다.
시몬스의 김성준 브랜드 전략 부사장의 저서 ‘소셜 비헤이비어’에서 그는 ‘유스 컬처는 세대를 통합한다’고 언급했다. 유스컬처(youth culture)는 청년들이 즐기는 히피, 펑크, 힙합 등 독자적인 문화로, 최근 국내에서는 이러한 유스문화가 ‘MZ문화’라는 용어로 주류 문화의 자리에 올라섰다.
MZ세대는 1981년부터 2009년까지 출생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MZ세대는 20년이나 차이나는 넓은 세대를 아우르기 때문에 그 특징을 한 번에 정의하긴 어렵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자기표현의 욕구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MZ세대는 하이볼, 00 챌린지, 바디프로필 등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유행시킨다. 그런 유행은 ’ 힙하다, 핫플‘이라는 용어가 붙어 다른 세대의 구매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는 캠핑카 타기, 탕후루 만들기, 맛집 탐방 등 ‘MZ'라는 말이 들어가면 뭐든 따라 하는 40대 아저씨로 MZ문화가 어떻게 다른 세대로 넘어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MZ문화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90년대 문화가 ‘레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30년 뒤에 다시 살아오듯이 MZ문화도 시간이 지나도 재생될만한 개성과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MZ세대는 SNS를 통해 분위기 있는 카페나 식당을 유행시킬 뿐만 아니라 제주, 양양을 힙한 도시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야구장으로 옮겨갔다. 그간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 특히 아저씨 덕후들의 공간이거나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어오던 야구장은 MZ들이 야구 응원복을 입고 맛집으로 이름난 칠리 새우와 김치말이 국수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최근 KBO가 20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프로야구 신규 관람자 중 20대가 31.4%로 가장 많았고, 여성이 48.6%였다.
숏폼보고 야구장 왔어요
최근엔 기아 타이거즈 응원단의 ‘삐끼삐끼 춤’까지 SNS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소개되기도 했다. 삐끼삐끼 춤은 기아타이거즈가 수비를 할 때 투수가 상대팀 타자를 삼진아웃 시키면 치어리더가 일어나 추는 짧은 춤이다. 야구를 모르던 10,20대들도 숏폼으로 접한 영상으로 ' 야구장이 저렇게 재밌는 곳인가 '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심리학 용어 중 잘 알려진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는 것이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이론으로 먼저 제시된 정보가 추후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첫인상을 뒤집는 데는 200배의 정보량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야구에 대한 정보가 없는 고객층에서 이런 짧은 영상 하나로도 야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강력하게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이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가성비의 끝판왕
야구는 관람하기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스포츠이다. 기아-광주, 대전-한화, 부산-롯데 등 지역별 연고 구단이 있어서 지방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뿐더러 그 지역의 단결력이 야구팀 하나로 높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정규시즌만 해도 각 구단별로 144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3월부터 9월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야구 경기를 시청하거나 관람할 수 있다.
야구장 티켓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가장 저렴한 외야 일반석은 8천 원 수준이고, 가장 인기가 좋은 응원석도 1만 5천 원 수준이면 구매가능하기 때문에 평균 경기시간 3시간 반을 보내기에는 가성비가 좋다. 게다가 댄스캠, 키스캠 등 구장별로 펼쳐지는 이벤트와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응원, 실력 있는 선수들의 숨 막히는 접전까지 야구장은 그야말로 즐길거리의 끝판왕이다.
MZ세대에게 야구가 손절당하지 않으려면
정보화 시대에는 접하는 지식의 양이 많아지면서 개인이 요구하는 권리 수준이 높아지고, 과거에 문제 삼지 않던 부분도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한다. 임홍택 작가는 저서 ‘90년대생이 온다’에서는 90년대생의 주요 특징 중 하나를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꼽았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 90년대생이 특별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이라는 것은 ’ 정의‘라는 말과 결합할 때는 현실화가 어려운 말이 되지만 그것이 ’ 부당하지 않음‘이란 뜻이 된다면 실천가능성이 많다’고 보았다. '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음을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누구도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음 '이 공정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분명한 기준이 있는 것, 그 기준을 관행 없이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현시대가 말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간 프로야구에도 몇 번의 전성기와 암흑기가 있었다. 과거 선수들의 도박, 음주, 약물, 부정 청탁, 병역비리 등은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으며 많은 팬을 돌아서게 했다. 팀과 선수의 부진은 응원해 가면서 함께할 수 있지만 도덕성 이슈가 생기면 응원의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프로야구의 흥미, 재밋거리, 맛집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승부, 투지, 근성 등 바탕으로 한 스포츠 정신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흐름에 맞게 투명한 프로야구,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 특별한 마케팅보다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