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했던 임금님은 어떻게 됐을까요?
[백숙의 푹 삶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재창작한 동화입니다.
꼬마가 소리쳤어요. 그제야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맞아, 팬티만 입은 거야."
"그렇지? 내 눈에도 그렇게 보여."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었어요.
왕은 부끄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의젓이 걸었어요.
그때 뒤따라가던 신하 중 한 명이 갑자기 옷을 벗었어요.
신하는 임금님에게 잘 보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임금님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어요.
옆에 있던 또 다른 신하도 이에 질세라 옷을 벗고 행차하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행렬에 참가한 모든 신하가 팬티만 입고 걸어갔어요.
빨간 팬티, 별 모양 팬티, 줄무늬 팬티 각양각색의 팬티들이 줄을지어 걸어가는 모양이었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웃고 있던 백성들은 점차 웃음소리가 커지더니, 이내 잠잠해졌어요.
'저게 요즘 유행하는 패션인가 봐.'
'내 팬티도 예쁜 색인데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네.'
'근육질의 내 몸을 저렇게 드러내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아.'
'여름에 딱 맞는 패션이야.'
백성들은 하나 둘 왕실의 새로운 패션을 따라 하고 싶어 졌어요.
다음날이 되자 팬티만 입은 백성들이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어요.
한두 명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자
저마다 제일 예쁜 팬티로 차려입은 백성들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어요.
그 사실을 모르는 임금님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내 이제 부끄러워서 백성들 앞에 어떻게 선담.'
임금님은 끙끙 앓고만 있었어요.
"임금님! 창문 밖을 좀 보십시오."
신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임금님을 창문가로 데리고 갔어요.
거리를 수놓은 형형색색에 팬티 패션에 임금님은 입이 떡 벌어졌어요.
그 이후로 임금은 더 화려하고 특별한 팬티를 입었어요.
원래 자기가 원했던 패션인 것처럼요.
신하들과 회의를 할 때도 격식을 차린 검정 팬티에 빨간 보우 타이가 달린 팬티만 입고 회의했답니다.
한 계절이 지나자 임금님은 팬티패션이 지겨워졌어요.
임금은 옷장 속 팬티를 고르다가 팬티를 하나씩 집어던지며 말했어요.
"이젠 입을 팬티 모양도 없어. 백성들과 같은 패션을 하는 것도 지겨워."
그때 신하가 임금님에게 말했어요.
"전하, 팬티만 입고 다니는 백성들이 다치기도 쉽고, 감기에도 잘 걸린다고 하옵니다.
이제 옷을 입으심이 어떻실는지요."
임금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그래 과연 경의 말이 옳다. 지난번 나를 골탕 먹인 그 재봉사들을 데려와라."
거짓말쟁이 재봉사들은 임금님에게 혼이 날까 봐 멀리 도망을 갔었죠.
그러다 팬티 패션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왕국으로 돌아와
백성들에게 밤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야광 팬티를 팔고 있던 참이었어요.
임금님 앞에 다시 불려 간 재봉사들은 벌벌 떨렸지만 태연한 척하며 서 있었어요.
"지난번 나를 속인 것은 괘씸하지만 내 이번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번엔 정말로 멋진 옷을 만들도록 하여라."
재봉사들은 각종 비단 옷감과 비단 실을 하사 받았어요.
하지만 엉터리 재봉사들은 옷을 제대로 지을 줄 몰랐어요.
매일 옷 짜는 시늉만 했지만 매일 모여서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갈지 궁리만 했어요.
옷감을 짜는 마지막 날 임금님 앞에선 재봉사들은 새로 만든 옷을 소개했어요.
"임금님, 저희가 새로 만든 옷입니다."
옷을 가리키는 곳에는 커다란 이불 한 채가 놓여있었어요.
"또 나를 상대로 장난을 치려하는가."
임금님은 벼락같이 화를 냈어요.
"임금님, 한번 들어보세요. 이제 겨울이 다가옵니다.
이불로 옷을 지어 입으면 솜이 두둑하게 들어가서 따뜻합니다.
그리고 이불 옷을 입고 누워 잘 수 있습니다.
또 자고 일어나 옷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바로 외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간편합니다. "
"흐음..."
"전하. 백성들이 임금님이 입으셨다는 이유로 모두 팬티 패션을 따라 하는 것을 보셨죠?
임금님이 물구나무를 서서 다니신다고 하면 백성들도 모두 물구나무를 설 것입니다.
그만큼 백성들은 임금님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불 옷을 입으셔서 부디 추위에 떠는 백성들이 없게 해 주소서."
옷 짓는 실력은 없었지만 멋 떨어지게 말을 잘하는 재봉사였어요.
임금님은 크게 깨달았어요.
' 내 옷 한 벌이, 내 행동 하나하나가 이렇게도 백성들에게 잘 전달되다니.'
"내 그 이불 옷을 입도록 하지."
임금이 부드럽고 진지한 말투로 말했어요.
"임금님 이불 옷은 특별히 금장식을 해 더욱 돋보일 것입니다."
재봉사는 임금님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어요.
예상대로 임금이 겨울맞이 이불 옷을 입고 행차를 하자
신하들부터 며칠 뒤 백성들까지 모두 이불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
임금님은 이제 옷뿐만 아니라 말투도 행동도 모두 바뀌었어요.
좀 더 부드럽게, 좀 더 배려심 있게요.
임금님의 말투와 행동이 온 나라에서 유행하길 바라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