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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Jul 05. 2018

승리의 대포소리, 차이코프스키1812년 서곡


제 3차 세계대전 직후 2040년 영국. 민주주의와 자유를 잃은 지독한 파시즘 경찰국가인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힘을 박진감 있게 보여주는 영화 브이포벤테타. 가면을 쓴 주인공 ‘V’가 마지막 장면에서 국회의사당을 날려버리는 대포소리 배경음악이 바로 ‘1812년 서곡’이다. 혁명에 나선 V가면의 주인공들은 독재의 상징 국회의사당에서 팡, 팡, 팡 폭탄이 터질 때 한명씩 가면을 벗고 진정한 사회의 주인이 된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국가


그리스 병사가 페르시아에게 승리한 것을 알리기 위해 뛴 42.195km에서 유래한 마라톤. 마라톤이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에서 열렸던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제외되었듯이 1812년 서곡은 프랑스에서 연주되지 않는다. 1812년 서곡은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에 대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곡은 19세기 러시아 사람들의 애국심을 강하게 호소하는 걸작이다.

Tchaikovsky* - 1812 Overture ○ Serenade For Strings (Vinyl, LP, Album) at Discogs

1812년 서곡은 대포소리와 종소리가 나오는 웅대한 곡이다. 15분에 달하는 이곡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침략을 당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 현악기들이 숨죽인 채 연주한다. 이 선율은 전쟁의 불길한 그림자를 묘사하고 있다. 2부는 나폴레옹이 쳐들어오고 마침내 터진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4가지 러시아 민요 선율이 러시아의 고통과 슬픔을 연주한다. 


3부는 프랑스의 국가 ‘마르세유(Marseille)의 노래’가 나폴레옹 군대를 상징하듯이 나타난다. 마지막 4부에서는 프랑스 국가 선율과 러시아 선율이 엉키면서 치열한 싸움을 묘사한다. 격렬한 선율이 얽히면서 어느덧 구 재정러시아의 국가인 ‘신이여 차르를 보호하소서’가 강렬해진다. 곡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황궁인 크렘린(Kremlin)을 상징하는 종소리와 16발의 대포 소리로 대미를 장식한다. 나폴레옹 군을 물리치고 모스크바를 탈환한 러시아 민중의 기쁨이 들리는 듯하다.


평화로운 시골, 농민의 반격


1812년 서곡의 주인공은 러시아 민중과 나폴레옹이다. 당시 나폴레옹은 유럽에서 시민혁명의 전파자이자 전쟁영웅이었다. 루이16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은 공화정을 배신하고 황제에 등극한다. 나폴레옹은 유럽정벌의 야욕에 정복전쟁을 계속하고 대륙봉쇄령으로 영국을 고립시킨다. 


러시아는 프랑스의 일방적인 요구에 거부했고 65만의 나폴레옹의 대군은 모스크바를 침공한다. 1812년 9월, 모스크바에서 120km 떨어진 보로디노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로 진격했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혹독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불태우고 보급로를 막아 프랑스군은 식량과 탄환을 차단당했다. 


러시아 민중들은 강철같이 단결하여 러시아군을 지원했다. 민중들이 자신의 집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조국을 위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그들의 간절한 기도와 지원은 추위를 이겨냈다. 나폴레옹 군이 장악한 모스크바는 살아있는 러시아 민중들에게 포위된 바다였다. 6개월간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낸 그들은 마침내 승리했다. 


죽음 같은 고통을 견딘 러시아 민중들, 그 고통 뒤에 찾아오는 긍지와 자부심의 환희가 담긴 곡이 바로 1812년 서곡이다. 러시아는 70년 뒤인 1882년 이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전쟁 중에 불탄 모스크바 중앙 대사원이 재건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승리에 바치는 거대한 서곡을 작곡한다.


애국심이 담긴 곡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작곡가다. 그는 초기 러시아 민족음악보다 서양 낭만주의 음악을 주되게 다뤘다고 비판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그를 비판하던 이들보다 더욱 더 훌륭하게 러시아 민족성을 풍부하게 잘 담아냈다.


차이코프스키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권고로 이곡을 6주 만에 작곡한다. 초연은 1882년 8월 모스크바 교회의 광장에서 열렸다.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대성당 광장에서 관악기를 추가 편성한 오케스트라, 여러 교회의 종들, 포탄이 장전된 16문 대포를 준비했다. 


폭죽과 불꽃을 쏘는 그야말로 웅장하고 거대한 연주였다. 하지만 의견이 분분해 당시 대포는  큰 북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후대에 차이코프스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성당에서 연주할 때는 실제로 대포와 종이 사용됐다.


1812년 서곡 CD에는 볼륨을 최고로 올렸다가 스피커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쓰여 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대포소리와 종소리 효과를 내기 위해 화재를 일으킬 정도로 에피소드가 많은 곡이기도 하다.


러시아 민중의 애국심과 저항정신을 잘 보여주는 1812년 서곡이 보여주듯이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시대상의 반영이 아닐까.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1893)는 낭만주의 시대의 러시아 제국의 작곡가, 지휘자이다.






출처: http://mag-mkyd21.tistory.com/47?category=601581 [매거진 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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