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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Jul 05. 2018

이웃집 토토로는 평화를 사랑해

<이웃집 토토로>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반미(?) 투쟁에 나섰다. 거짓말이 아니다. 지난 2015년 5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의 헤노코 기지를 막기 위한 헤노코 기금의 공동대표로 취임할 뜻을 밝혔다.


미야자키 감독은 2014년 오키나와 현 지사 선거 당시에 “오키나와의 비무장 지역화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베 정권은 오키나와 본섬 남쪽의 후텐마 비행장을 북쪽의 헤노코 연안으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2015년 2월 일본의 역사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자신들은 제국주의를 흉내 냈다"며 "주변국의 원한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본이 평화헌법을 수호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치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나 미 육군 생화학무기연구소의 살아있는 탄저균 오산미군기지 반입 사건에 1000만 감독인 세계적인 거장이 전면에 나선 셈이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Nausica of the Valley of the Winds , 1984)


미야자키 감독의 철학이 제일 잘 반영된 작품 중의 하나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다. 반전, 평화, 생태의 주제가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제3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불의 7일간’ 전쟁이 끝난 후다. 지구는 곰팡이 숲 ‘부해’가 뒤덮인 죽음의 행성으로 변해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주인공 ‘나우시카’는 깨끗한 바람의 계곡에 살며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소녀다. 하지만 세계대전 당시 쓰였던 병기 거신병을 소환시키려는 제국주의 국가 ‘토르메키아’ 비행기가 바람의 계곡에 불시착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나우시카’는 ‘토르메키아’와 맞서 싸우며 부해가 땅속에서 지구를 정화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나간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 나오는 ‘거신병’은 인류 최종의 무기, 인류 최초로 일본에서 사용된 핵무기 일지 모른다. 여기서 ‘나우시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성녀로 표현된다. ‘나우시카’의 희생은 전쟁과 탐욕으로 지구를 파괴시키는 인간을 징벌하는 괴물 ‘오무’에 맞서 전 인류를 구원한다. 약간 관념적인 결말이기는 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Laputa : Castle in the Sky , 1986)


인간의 탐욕, 군대의 비인간성, 평화에 대한 갈망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도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인 고아 소년 파즈는 빛이 나는 비행석을 목에 건 소녀 시타를 만난다. 파즈는 시타와 함께 아버지가 동경했던 하늘에 떠있는 섬 라퓨타를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라퓨타에 도착한다.  


하지만 뒤 따라온 군대는 파괴와 약탈을 하고 과거 라퓨타 왕가의 일족인 ‘무스카’는 라퓨타의 힘을 부활시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다. 결국 라퓨타로 인해 무차별적인 살상이 자행되자 시타가 할머니로부터 배운 파멸의 주문을 외워 라퓨타를 파괴시킨다는 줄거리다.


이처럼 미야자키 감독은 초기 장편 애니메이션 창작에서 부터 자신의 세계관을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그는 이후에 1988년 <이웃집 토토로>가 대성공하면서 세계적인 대가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위의 포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그의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은 국내에도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하늘을 사랑한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비행기다. 그 만큼 그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으며 비행기를 동경했다. 경비행기, 비행선, 소형 비행체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행체를 그는 만화를 통해 그려냈다. 


그 비행기에 대한 사랑이 하나로 모아진 작품이 바로 일본 제국주의 옹호 논란에 휩싸였던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 2013> 였다. <바람이 분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대표적인 전투기인 제로센을 제작한 비행기 설계가의 호리코시 지로의 일대기다. 그 작품 설정에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론 이 작품에는 일제의 침략전쟁에 대한 원망과 비판이 곳곳에 담겨있다. 그 장면은 주인공인 지로가 휴가지에서 좌파 독일 지식인을 만나는 곳에서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의 인물들은 “전쟁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스스로를 자위한다.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떨어뜨린 비행기를 개발한 과학자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그래도 하늘을 나는 꿈에 대한 동경보다 인간의 삶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이 작품이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비껴가기는 힘들다. 하늘을, 하늘을 나는 인간의 꿈을 너무 사랑한 미야자키 감독은 그 사랑이 너무 큰 나머지 군국주의 미화를 간과해 버린 것 같다.


물질문명과 자연파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말했다. 


“일본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잊고 있어요. 일본은 역사적 감각을 잊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나라는 망해요. (위안부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일본이 제대로 청산했어야 하는 부채입니다. 한반도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그가 바라는 생태 지향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큰 방향에서 세상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그가 지금 행하고 있는 후텐마 기지 실천 속에서 더욱 증명될 것이다.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군기지에는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동심이 피어날 자리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행동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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