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삽질 Jul 05. 2018

공동체의 예술, 풍물

민족. 민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떤 단상들을 떠올리게 할까? 고리타분, 보수 혹은 극우, 갓 쓴 할아버지가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예술도 다르지는 않다. 예술적 저변이 확대되어있는 요즘. 우리가 접하는 예술은 대부분 서양에서 들어온 회화와 음악이 주를 이룬다. 한국적 가치와 미,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예술로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조금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 여전히 생동하게 살아 숨 쉬는 민족적 가치를 찾아보고자 한다. 단순한 형질이나 피부색 문제가 아니라 문화로 이어지는 민족에 대한 고민이다.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을 우리 민족 문화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한국적 예술, 풍물 


우리는 누구나 초등학교 때 풍물을 배운다. “덩기덕 쿵덕” 이 정도 단어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적 예술은 풍물이 유일무이하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두드릴 수 있는 풍물에 한국적 문화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풍물은 움직임과 동작이 있는 공동체 문화이며 종합예술이다. 풍물은 우리 민족이 선호했던 놀이방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트로트 뽕짝 춤판이 벌어지거나, 시골 동네 마을잔치를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퍼질러 앉아 먹고 마시고, 흥에 겨워 노래가 시작되면 춤판이 벌어진다. 이 때 따라오는 게 바로 장단이다. “얼쑤!” 잔치에서 젓가락으로 식탁을 두들기든,풍물패가 굿판을 치든지, 노래방에 가서 탬버린이라도 두들겨야 직성이 풀린다.



풍물은 마을굿을 기원으로 한다. 마을굿은 옛날에 걸게 먹을거리를 한판 준비하고, 온 마을이 하나가 되어 얼싸덜싸 노는 장이었다. 이런 마을굿에 풍물의 진수가 담겨있다. 풍물판은 모두가 주인될 수 있는 장이다. 


꽹과리, 장구, 북, 소고 등 악기를 배우지 않아도 흥이 나면 누구나 끼어들 수 있다.별로 어렵지도 않다. 몇 번 들으면 따라 칠 수 있는 장단이다. 여기에 우리민족이 추구했던 예술이 있다.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예술적 가치 말이다. 


여럿이 같이 모여 잘 살 수 있어야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당위성이 있던 시대에 마을굿은 하나의 의례이며, 종합예술이며, 신명나는 놀이였다. 씨 뿌리고 물대고 모내기하고 추수하는 시기별 공동체적 소망을 나타내고 실천하기 위한 합의였다. 함께 슬픔을 이기고 기쁨을 나누는 놀이이자 예술로서 공연의 의미를 굿이 가지고 있었다. 


풍물의 음악적 특징 


풍물을 음악으로만 규정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하지만 그 음악적 특징은 국악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을 하나만 꼽자면 화음 체계와 단음체계이다. 


서양은 여러 음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조화와 균형미를 중요시 한다면, 우리 음악은 전통적으로 한 음을 다양하게 변형하고 그 속에서 ‘장단’을 중요시 한다. 물론 국악에도 다양한 선율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음악의 4대 요소인 리듬, 가락, 화성, 음색 중 인류가 태어나 음악이 만들어지는 초기의 기원이 리듬이다. 서양의 리듬과 대비되는 개념이 바로 한국의 ‘장단’입니다. 리듬과 장단은 많은 차이가 있다. 


서양의 박자는 마디로 구분되는 반복적이고 수학적인 요소이며, 전체음악을 형성하는 기본요소다. 그러나 국악에서 장단은 마음을 근원에 두고 저절로 밖으로 나오는 울림으로 본다. 따라서 장단은 그것 자체만으로 자기 완결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굿거리장단은 “덩 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덕”이다. 굿거리는 한 장단 안에 양의 성질을 가진 앞의 두 박자와 음의 성질을 가진 뒤의 두 박자로 나뉘어진다. 앞의 “덩 기덕 쿵 더러러러”는 감아 가는 기운이며, 뒤의 “쿵 기덕 쿵 덕”은 풀어지는 기운이다. 


이처럼 우리 장단은 내고, 달고, 맺고, 푸는 기운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사람의 들숨과 날숨의 호흡 구조와 음양의 조화와 같은 자연의 이치를 다양한 리듬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장단이다. 


이런 원리로 만들어진 장단은 음악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솟아나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이 표출되어 목소리로 나오면 판소리나 창, 추임새가 되고, 몸짓으로 풀어내면 춤이고, 악기로 나오면 음악이다. 이러한 한국적 예술행위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장단이다. 


한국음악의 꽃, 장구 


풍물에 담긴 원리, 우리 음악의 가장 기본이 담긴 악기를 꼽으라면 단연 ‘장구’다. 장구는 풍물과 같은 민속음악부터 궁중음악, 종교음악 등 모든 곳에 다 쓰이는 악기다. 설장구처럼 춤도 있으며 민요, 노동요 등 장구 하나만 있으면 못할 게 없을 정도다.



장구에는 자체에 궁편과 채편으로 나뉘어 음양의 원리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최상급 장구는 개가죽으로 만드는데 이때도 암수의 가죽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만든다. 치는 도구 역시 채편을 치는 채는 강하고 높은 소리, 궁편을 치는 궁채는 부드럽고 낮은 소리를 내게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여자소리와 남자소리가 하나로 만나 일체가 되면서 나오는 소리인 “덩”은 생명의 근원과 같은 소리다. 의성어적 표현인 “덩”은 소리의 성질을 담아 “합(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음악의 가치는 하나 음으로 표현되는 자연스러움, 그 속에 담긴 장단, 장단 사이의 여유가 느껴질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 그 가치와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일을 이제라도 즐겨보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혜원 신윤복, 일탈과 해학의 아이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