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실한 것을 말하면 된다

노가다③

by 삽질

눈은 펑펑오는 데 눈쌓인 지상 3층 옥상에 물 빼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 많은 눈을 언제 치워. 몇 개 안되는 배수관으로 다 눈을 빼야한다.

날림으로 공사를 했는지 배수관은 지면 보다 높아서 저절로 물이 빠지지도 않는다.

우선 발이 푹푹 빠지는 물 반 눈 반의 바다 속에서 녹아서 고여 있는 물을 배수구로 계속 집어넣었다.

발이 다 젖어 상자 위에 올라가서 1시간 가량을 물 빼기를 계속 했다.

간에 기별도 안간다. 눈보라는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다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가는 거지 뭐.

하던 찰라 김씨 아저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며 견적을 냈다.

눈을 모으고 물길을 내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돈 받은 만큼 일을 해줘야 한다며 누가 보지 않아도 일을 했다.


현장에도 와보지 않고 무조건 물만 빼라는 관리자. 관리자와 작업반장이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일을 대충시키니 일이 제대로 될 일이 없었다.

아저씨는 이래서 일이 안됐다며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 관리자는 오후에야 일을 시키러 왔다.

어느 현장에서도 나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오전 내 담배통 위에 올라가 쪼그리고 앉아 계속 물을 빼냈다.

오후에 확인해 보니 배수구 주변에 둘러놓은 콘크리트가 절반 쯤 사라지고 없었다.

관리자가 깨지 말라고 했는데 이를 어쩌나, 설상가상 그 콘크리트가 구멍까지 막아버린 것 같다.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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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관리자에게 콘크리트가 쓸려 내려가 구멍을 막았다고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고 해결방법을 찾았다.

순간 나는 변명하고 싶은 우회적인 마음이 들었는데 아저씨는 바로 아래 내려가 관리자에 내려가 직접 말했다. 한참을 설명하면서 상대방에게 답을 찾게 했다.


관리자는 250 배관이라며 벽돌 3장이 들어가야 막히는 거라며 콘크리트는 괜찮다고 했다.

눈이 통째로 들어가 얼어버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관리자가 배관에 열기를 집어넣어 결국 문제는 해결되었다.

솔직함이 몸에 베인 자세. 참 단순하고 간단한 진리였다.

상대방을 제고, 생각하고, 파악하고 말을 하기보다 가장 진실한 것을 말하면 된다.

진실이 가장 강하다.


그 후로도 옥상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계속 칼바람과 싸웠다.

저려오는 손가락을 비닐로 동여매고, 다시 장갑을 그 위에 끼고, 다시 시멘트 비닐로 싸맸다.

젖은 양말 위에 마대자루를 끼고, 그 위에 장화를 신으니 좀 낫다.

더 추운 것도, 더 아픈 것도, 더 배고픈 것도 있는데 뭐.


김씨 아저씨는 노가다로 12년을 살았다.

중간에 취직도 해보았지만 다시 돌아왔다.

아들이 벌써 22살. 홀로 아들을 키우며 주부 역할까지 1인 2역의 삶이 참 힘들었다고 한다.


"부인이 맞벌이 하면, 청소, 빨래, 설거지 다해줘."

"여자들이 요리할 때 뭘 할지 고민하면서 장 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 노가대보다 집에 들어가서 애 키우고 밥 먹이는 일이 훨씬 힘들었다."

"그 정도 집안일은 해줘야 99점 남편이야. 물론 매일 돈도 벌어다 줘야지. 안 그러면 나처럼 된다."

"시작은 원래 힘든 거야 나도 첫 노가대 때 한 여름 장대빗속에서 젖은 통나무를 몇백개 꺼내는 일을 했어.
물이 팬티까지 다 졌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노가대 일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시작은 원래 그런 거야.
처음부터 좋을 수는 없어."


아저씨는 신입이라며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 사주겠다며 발길을 향했다.

설마 커피숍을 가려나 했는데 편의점에서 1500원 짜리 스타벅스 더블샷 캔커피를 사줬다.

제일 맛있는 커피라며 건냈다.

없이 사는 형편에 내일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배푸는 인정이 참 따뜻했다.

그 아저씨는 저녁에도 오늘 수고 했다며 음료수를 건 냈다.


나도 더 배풀어야겠다.

오늘 참 많이 배웠다.

이게 인심인가 보다.

먼저 힘든 일 하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다른 이를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지 모른다.

바라지 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면 행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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