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②
드디어 첫날이다. 밤에 거의 잠을 못 잤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계속 잠을 깼다.
5시 집 밖을 나섰다. 깨끗하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린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전철역 근처 A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
일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50~60대로 보이는 행색이 남루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어제 받은 교육증을 내고 대기를 했다.
일은 건설교육이수증을 제출한 순서대로 배정한다.
누구에게도 말을 걸기가 쉽지 않다.
드디어 내 이름을 불렀다.
같이 일을 나가는 김 씨 아저씨는 첫인상부터 상당히 좋았다.
나이를 물어보더니 내 나이 때 노가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경력 12년의 47살 젊은 배테랑 노가다꾼이었다.
출근길부터 상당히 서둘렀다. 그 아저씨는 아주 잘 왔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A 인력사무소가 30년은 된 곳이라며 전통이 있어 체계가 잡혀있지.
“생긴 지 얼마 안 된 인력사무소들은 중소 현장으로 많이 가는데 허름해 보여도 여기는 큰 현장으로 보내. 그리고 말이야 여긴 일을 한 곳으로 계속 보내지 않아. 힘든 일 편한 일을 번갈아가면서 해야 불평불만이 안 생기니깐”
“겨울에 진짜 일이 없어요?”
“응 설날 즈음에는 진짜 일이 없어”
“그럼 빨리 나오면 돼요?”
“보통 전날 일 못 나간 사람을 다음 날 보내주고 돌아가면서 하지 뭐”
그래. 그래야 공평하지. 수긍이 갔다.
“출근 조회시간에 절대 늦으면 안 돼. 처음부터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루가 편하지. 찍히면 하루 종일 일부러 고생시키는 사람도 있어”
아저씨의 노하우 있는 친절한 설명은 계속됐다.
첫 현장은 이태원에 있는 한남동 공영주차장 건설현장이다.
근처 밥집에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먹고 사무실로 갔다.
안전 각반을 어떻게 차는지, 안전모는 어떻게 쓰는지 하나씩 배웠다.
옷을 다 갈아입고 파란색 텐트 천으로 대충 가려진 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무슨 군대 같다. 구령에 맞추어 몸 풀기 체조를 했다.
안전 유의사항을 말해주고 조회가 끝났다.
처음 한 일은 지하주차장에서 망치로 시멘트 똥을 깨는 일이다.
포장을 위해 바닥을 고르게 하려면 떨어진 시멘트 덩어리를 깨내야 했다.
망치로 시멘트를 깨니 손이 저리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먼지가 많기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이런 작은 일이라고 여기던 모든 일이 사람 손이 가야 해결되는 일이었다.
기계가 할 수 없나 생각해보았지만 불가능. 역시 사람 손이 가야 했다.
모두가 고귀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야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누구의 손길은 고귀하고 누구의 손길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이 모두의 소중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