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가⑥
청담동 명품거리 오메가 시계 건물 리모델링 현장에 왔다.
이씨 아저씨는 인력사무실에 들어서서 인사를 하자 “거기 같이 갈래?” 물었다. 이 아저씨도 두 번 보니 반갑다.
이씨 아저씨는 체구는 왜소하고 약간 불쌍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처음에 빨간 비니에 주황색 운동화를 신었길래 더 젊은 줄 알았더니 상당히 나이를 먹었다. 아저씨는 자기주장이나 정치적 견해가 상당히 강했다. 아침밥 먹을 때 뉴스를 보며 항상 정치인 욕이나 사회비판을 하고, 무슨 일이든 자기 견해가 뚜렷했다.
착해 보이는 닭 띠 아저씨와도 함께 했다. 이 아저씨들과 친해지려고 말을 자꾸 걸었다. 이씨 아저씨가 핫팩을 다른 아저씨를 주었다. 나도 장난으로 ‘저도 줘요 그랬더니’ 쌩까고 쓱 지나가 버린다. 오늘은 별로 안 추워서 뭐 없음 말지하고 한참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빨간 모자 아저씨가 어디서 핫팩을 구해서 쓱 건네줬다. 기분이 좋다.
저번에 여기서 너무 일을 별로 안한 것 같아서 오늘은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근데 별로 또 일이 없었다. 그래서 철 절단 할 때 잡아주고 뭣 좀 하다가 서있었다. 근데 전에 보이던 순하게 생긴 아저씨가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래 시키지 않아도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춤주춤 거리니 현장 소장이 드디어 불렀다. 소장님은 우락부락 전형적인 건설현장 아저씨다. 5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데 정말 말의 90%는 욕이다. “니미 씨발 존나 염병 지랄..” 시의 적절하게 이렇게 욕을 잘 구사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봤다. 딱 상황에 맞는 욕을 정말 잘 찾아서 했다.
키는 중간이지만 등치가 좋다. 예전에 SK인가 건설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로 뽑혔다던가.. 아무튼 기본 안전장비는 전혀 안했다. 안전모, 와이어 등은 전혀 없이 안전화 지퍼도 안 잠그고 미끄러운 아시바를 제일 잘 탄다. 어렵고 힘든 일은 자기가 안하면 못 베기는 그런 성미의 사람이다.
그 소장이 와서는 “야 너 아시바 타봤어?” 내가 쭈뼜거리며 “아니요”라고 하자. “씨발 좆같은 인생, 이렇게 뒤지나. 저렇게 죽으나” “그냥 발 디딜 자리 잘 보고 잘 타면 돼. 우선 올라와봐”라며 아시바 보조를 맡겼다.
옆에서 이씨 아저씨가 얼마 전에 크레인 곤돌라가 떨어져서 사람이 죽은 이야기를 물어봤다. 크레인 위에 사람이 있다가 “어 잘 내려가” 하고 인사했는데 한참 일하고 나서 보니 떨어져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줄을 잡아서 구사일생으로 살고 한 사람은 멍하고 있다가 뒈졌다” 이씨 아저씨가 “이제 그 사람은 다시는 크레인 안타겠어요.” 하니 소장은 “그래도 다음날 또 탄다. 먹고 살길이 그것 밖에 없는데 디져도 해야지” 그랬다.
여기는 5층 건물에 약 8층 높이로 건물 외벽을 ㄷ자 모양으로 아시바를 쌓았다. 아시바 사이에는 얇은 천이 있어 밖에 그냥 노출 되지는 않지만 사실 그냥 5층에 걸쳐 서있는 것과 같다.
흔들리는 아시바에 안전장비도 없이 서서 외벽 철재들을 나르려면 두 손을 다 써야하는데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리를 잘 딛고 있는데 나는 한 손은 봉을 잡지 않으면 무서워서 별 도움이 안 되었다. 그래도 엉금엉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아시바에서 내려올 때 안도의 한숨은 어쩔 수 없었다. 69,70,71 순서가 적힌 철재 LED를 자르고 끼우고 색칠하고 그래도 신입이라 조심하라며 아우성이다. 하루 종일 봉을 하도 힘줘서 꽉 잡고 있느라 온 몸이 쑤셨다.
마초형 인간의 소장은 점심시간에 술집여자, 술, 담배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래도 건설 현장의 사람들의 낙은 이게 다인 듯했다. 실제 많은 노가다 사람들은 경마에 빠져있다. 하루 벌어서 먹고 술 마시고 일주일 벌어 주말에 경마장가고 술집가고. 우리 사회의 밑바닥 인생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