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⑦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 이태원 한남공영주차장 공사장으로 다시 왔다.
같이 가는 아저씨는 50대 후반의 초짜다. 나온 지 4일 되었다. 나는 5일 되었다고 하니 나보고 고참이란다. 참 네. 정신없이 이태원역을 도착해서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6:20 까지 오라고 쓰여 있는데 약간 늦어서 긴장을 하며 전활 걸었다.
“반장님 A 인력에서 두 명 왔는데요”
“신입이야? 아니지?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조회장으로 와”
이 반장이 왜 마음에 안 들었는지 기억이 났다. 그 때 같이 일했던 나이 많은 다른 아저씨한테 ‘신씨 어쩌구 저쩌구’ 반말을 하며 마구 부려먹었기 때문이다.
부대찌개 집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반장에게 수령지를 주었다. 간단한 조회 겸 체조를 하고 나자 신입은 안전교육 받으러 오고 나는 바로 일을 했다. 반장은 "지하에 있는 온풍기를 끌고 와, 기름통 날라, 전선 정리하고 알았지?" 참 조금도 쉬는 꼴을 못 보는 인간이다.
대충 주변을 정리하는 잡일이 끝나자 옥상으로 불렀다. 오늘의 본격적인 일은 저번에 눈을 부었던 배수구에 쇠로 된 배수관을 고정시키는 일이었다. 다행히 춥지 않아 따뜻했다. 옥상에서 일할 때는 날씨가 작업강도의 절반은 좌지우지 한다.
저번에 눈을 치우고 물기를 뺀 옥상 위에는 방수 고무매트를 깔아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변 벽에는 검은 고무방수 페인트를 온통 발라놨다. 주차장 천장 단열방수 작업 중이었다. 방수 고무매트 틈 사이는 녹색 방수 페인트를 덕지덕지 발라놓아서 무척 찐덕찐덕 거렸다. 신발이 다 쩍쩍 달라붙었다.
먼저 배수관 주변에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서 붙여 놓았던 테이프를 뜯어냈다. 페인트가 묻어있어 손은 다 페인트로 범벅이 되었다. 그리고 철로 된 배수관과 볼트로 된 고정 봉과 너트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이 작업장은 일을 정말 못했다. 우리 보고 어쩌라고 과장과 반장이 또 옥신각신하고 있다. 배수관에 있는 구멍을 시멘트로 막아버려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되지 왜 저러고 있나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말 안하고 있었는데 반장이 진짜 드릴을 가져왔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너트를 푸는 일만 했다.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이 놈의 너트는 대충 만들어서 잘 풀리지도 않다. 스패너로 너트 대가리를 쳐가며 겨우 다 풀었다. 그렇게 10개 되는 배수관 구멍을 다 막고 잠깐 쉴 수 있었다.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 얼마나 짜증날까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뒷정리까지 다 시켜놓고 자기는 쓩 내려가 버렸다. 혼자 옥상에 남아서 무거운 배수관들을 다 정리했다.
1층으로 가서 잠깐 쉬는 동안 보니 건물 안에 천정에 시멘트 액을 뿌리고 있다. 철제로 된 주차장 위를 덮기 위한 작업이다. 천정에 닿을 듯이 올라간 작업자는 엄청 큰 굉음과 함께 시멘트를 뿌렸다. 마스크는 온통 시멘트 가루로 범벅이 되어있다. 고단해보입니다. 계속되는 반복 작업과 악 조건의 환경. 이렇게 다들 살고 있다.
오늘 같이 일한 아저씨는 공연 홍보업계 사장님이었다. 아저씨에게 커피한잔 사고 “요새 경기 안 좋아 쉬다가 놀아서 뭐하냐 싶어서 여기 나왔어” “사회 생활하면 친구도 없고, 부모 형제 밖에 없지” 50대 후반 노총각으로 사는 그 아저씨 이야기는 참 쓸쓸하게 들렸다.
아저씨는 “여기 제일기획이 있는데 여기 아는 사람 있다”면서 거리에서 누가 볼까봐 얼굴을 숨겼다. “사업이 어려울 때 도와줘야 하는데 더럽게도 어려우면 더 외면해. 노가다 뛰고 있는 걸 보면 계약이 더 떨어질까 창피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그렇지. 이런 생각에 정말 시간이 안 갔다. 스티로폼 나르는 일이 왜 이리 하기가 싫은지. 일을 배운다면서 벌써 일이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