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⑧
청담동 오메가 현장으로 세 번째다. 빨간모자 이씨 아저씨와 함께다. 높은 곳 올라가기를 무서워 한다는 말에 이씨 아저씨는 “너 오늘 높은데 올라가는데 갈 수 있겠어?”라고 묻는다. “가야죠 뭐”
오늘은 춥지 않은지 빨간색 비니가 아닌 검은색 캡 모자를 썼다. 이씨 아저씨는 몸이 많이 안 좋다. 저번에 아침 먹고 토하고, 기침소리가 아주 깊다. 폐병이 있는 사람 기침소리다. 담배를 물고사니 그럴 수밖에.
“서울대 병원에 안간지 1년이 넘었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각 종 만성 성인병 환자야. 담배를 피다가 다시 심정지가 오면 이제 하늘나라 간다고 했어” “나 응급실에서 우선 동의 없이 받는 긴급 심장 스탠스 수술도 받았어. 관상동맥이 90% 가량 막혀서 큰일 날 뻔 했지. 눈도 좋았는데 당뇨가 있어서 나빠졌지”
원래 몸무게가 85kg였다는데 지금은 50kg때로 보인다. 병원엔 왜 안갈까. 일을 나가는 이상 병원에 가기도 쉽지 안긴 했다. 그래도 이씨 아저씨는 유쾌했다. 현장에 도착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할렐루야” “야삐리” 등등 알 수 없는 말로 인사를 했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현장은 정말 무서웠다. 5층 건물 옥상 위 보다 더 높은 아시바 위층, 그 위층에 올라가 작업을 했다. 알루미늄 샤시 전문으로 하는 정반장의 보조 역할을 했다. 10년 정도 이 일을 했다고 한다.
“쉬워 보이지? 그래도 이것도 기술을 배워야 해” “피스 박는 것 하나 배우는 데도 2년이 걸려. 알려주면서 해도 3~4개월이야” “피스 박을 때 손목에 힘을 적당히 줘야 돼. 힘 안주면 손목이 나가고, 너무 힘 주면 공구가 망가지니깐. 드라이버 심 하나에 만 얼마 하는데 이거 한 두 개로 이 작업 다해야 돼”
정반장 아저씨는 기술 배우려면 노가대 하지 말고 어디 회사에 들어가서 배워야 된다고 당부했다.
“용접도 쉴 때 직접 파이프에 해보고 해야지 배울 수 있어. 이거 밥통 떨어질까봐 누가 안 가르쳐준다니깐.”
정반장 아저씨는 용접용 마스크를 안 끼고 용접을 했다.
“눈 안아프세요?”
정반장 아저씨는 무뚝뚝하게 “눈 감어” “그냥 하면 눈 다 상해” 이야기 하면서도 왜 그런지 알려줬다.
“알미늄 통 용접이라 눈으로 보고 확인하면서 해야 돼”
블라인더로 금속을 자를 때도 철은 불꽃이 튀고, 알미늄은 안 튄다. 신기했다.
아 맨 꼭대기는 도저히 못 올라갈 것 같은데 말을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다행히 다른 일이 생겨서 오늘 작업은 철수했다. 옥상에 다시 내려오자 얼마나 좋은지 마음이 다 편안했다. 이제 여기는 높은 곳 작업밖에 안 남아서 더 오기는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