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잡부 인생

노가다⑩

by 삽질

다시 남양주 평내호평 KCC현장으로 갔다. 덜컹이는 승합차에 몸을 의탁해 새벽을 달렸다. 고된 표정으로 눈을 감도 잠시나마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미간의 주름에 고된 인생사가 배어있는 듯하다. 새벽길을 달리는 이 노동자들의 두 어깨의 짐이 참 무겁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달려가다 사고가나면 멈출 수도 있는 인생. 나 하나쯤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겠지. 지금 내가 연락이 안 되고 안 보여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순간순간에 작은 것이라도 이바지 하며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보람된 인생이다.


오늘은 주름많은 아저씨와 말문이 좀 트였다. 아저씨는 노가대를 ‘개잡부’라고 불렀다.


“이 일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벌써 25년 되었어. 처음 이 개잡부 생활이 이전까지와 너무 달라 자살하려고 했지”

“지금은 스트레스 안 받어. 제일 낮은 게 개잡분데 더 떨어질 곳도 없고..”

“매일 일하면 월 200씩은 받고 아직 살만은 해”


“아버지가 서예를 하셔서 글씨를 잘 썼어. 글씨를 잘 써 원래 학벌 좋은 서울대 연고대 사람들만 들어가는 군대 인사과에서 상장을 써주었지. 군대 제대 후 대학을 가보려고 고려대에 응시했는데 낙방했어. 화가나서 대학을 안가고 32살부터 인쇄 공장에서 일했어. 당시 일급이 3200원. 서독제 기계로 밤낮없이 일했지.

그 이후 굴러굴러 노가대 판으로까지 들어왔지 뭐”


이 곳에 나오는 분들 대부분 정말 열심히 일했다. 대머리 아저씨, 조선족분들 모두 쉬지를 않고 일한다. 나나 게으르고 멍하게 있지, 이분들처럼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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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형틀 치수를 외우고, 깽폼(아파트를 건축할 때 짖고 있는 층을 천막으로 둘러쳐놓고 한 층 올릴 때마다 한층 씩 올리는 것) 올리는 안전감시일 하고 하루가 끝났다.


퇴근하는 사람들이 차 안에서 같이 탄 물방개 아저씨를 놀렸다. 왜 물방개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사연을 들으니 재밌다. 물방개 아저씨는 맨날 경정에 가서 돈을 잃어서 경정하는 배 모양이 물방개와 닮아 물방개라고 불렸다. 그래도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이제 피곤한지 다들 퇴근길에 눈을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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