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그렇게 작은 존재야

노가다⑪

by 삽질

영등포시장역에 있는 대림 아크로타워스퀘어 현장으로 갔다.


여기에서 한 일은 콘크리트를 말리기 위해 쓰는 갈탄화로를 나르는 일이다. 갈탄을 타워크레인으로 올렸다가 내리고 화로도 올렸다 내리고를 반복했다. 내리고 나서는 갈탄을 정해진 구역에 날라야한다. 하다 보니 숯 검댕이 투성이다. 그래도 등짐은 안 져서 탄부신세는 면했지만 탄가루가 풀풀 날리기는 했다.


같이 일하는 녀석은 살을 115kg까지 찌워서 공익에 간 친구다. 1월에 취직을 앞두고 나왔는데 하루 일하면 온 몸이 쑤신다고 엄살이다. 이 놈에게 뭘해 줄 수 있을까 보다가 낚시 갈 때 남은 핫 팩을 건냈다. 아침으로 김밥도 한 줄 사 먹이니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는 괴짜 김씨 아저씨가 계속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대머리에 가까울 정도로 머리숱이 없는데 그걸 노란고무줄로 꽁지머리 해 묶어놨다. 입담이 좋은 재밌는 분이다. 괴짜아저씨는 나를 보고 어디 김씨냐 결혼은 했냐 등등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더니 바람피면 안 된다 도박하면 안 된다 시댁과 문제도 다 부인한테 말해야한다 부인이 모를 것 같지만 다 안다면서 여자는 알면서도 모른척한다고 인생조언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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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아저씨는 "빛이 말이야. 어엄청 빨라요. 빛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데. 그 빛이 1년에 가는 거리가 1광년이야. 자네가 어제 본 별 있잖아. 그게 얼마나 떨어져있나. 수백광년 떨어져있지. 자네는 자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빛을 어제 본거야. 인간이란 그렇게 작은 존재야. 인생 별거 없지" "난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마누라한테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해. 밤새 미우면 죽여 버릴 수도 있는데 살려주고 밥도 채려주고 같이 있잖아. 내가 60인데 그래" 라고 너스래를 떨었다.


갈탄을 다 설치하고 나오는데 매캐한 연기가 지하실에 퍼져있다. 관리자는 누가 나무랑 비닐을 태웠다며 가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같이 온 사람들이 유독가스라며 자리를 피했다. 나는 다른 아저씨들과 같이 움직였다.


괴짜아저씨는 “이것 마시고 안 죽는다. 여기 일나와서 저렇게 하면 안 돼” “여기 잡부들 아무도 사람취급 안해요” “자기가 적극적으로 무슨 일이든 시키는 데로 하면돼” “그리고 요구를 하든가 해야지 저럼 못써” “커피 한잔 먹으라고 하는 것도 신경써서 해주는게 아니라 일 열심히 하라고 그러는 거야” 이 아저씨와 이야기 하느라 하루가 금방 갔다.


일이 4시에 일찍 끝나서 기분이 좋다. 다시 오고 싶은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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