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처버릴려다 말았다

노가다⑬

by 삽질

남양주 평태 호평 KCC 현장에 왔다.


도착하여 아파트 형틀에 콘크리트를 붇고 지탱하기 위해 받쳐놓은 봉과 받침대들을 날랐다. 손이 아릴 정도의 추위다. 어머니가 고생을 안 해 부드러운 손이라고 말씀하시던 그 손끝이 이제야 아리다. 차가운 목재를 쌓으며 아린 고통을 반복해 거칠어진 이 분들의 손에서 삶이 느껴졌다.


편안함, 쉬운 것, 효율을 따지며 살아온 삶과 정반대. 정해진 일에 대한 성실함. 노동의 대가는 정직하다. 그래도 이곳은 밖에서 추워도 일할 때 하고 쉴 때 쉬니 몸은 힘들지만 왠지 편안하다.


2층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등짐을 지거나 어깨에 걸쳐 매고 짐을 나랐다. 입김이 나오지만 땀이 송글송글 났다. 어깨가 아프다. 육체노동으로 몸이 아플 때, 쉬고 싶은 마음, 나약해지는 마음을 바로잡아본다.


“못을 빼란 말이야” “하나씩 날라서 어느 천 년에 다하냐!” 오늘도 십장의 잔소리는 계속됐다. 질타와 지적. 일하는 뽐 새가 여전히 굼뜨다는 이야기다.


찬 목재 못을 빼고 길이 순서대로 가져다 쌓는 일이 끝나니 해가 떴다. 검은 새벽에 차가움도 지나갔다. 따듯한 햇살이 얼굴을 드리우니 은근히 포근하다. 하늘도 맑고 아주 파랗다.


봉과 형틀을 빼낸 다음에는 콘크리트를 굳히고 형틀이나 바닥에서 떨어진 조각들과 각종 쓰레기들을 치웠다. 모서리 구석구석 플라스틱 눈삽으로 긁어내서 방마다 몇 개의 더미를 쌓아놓았다. 마대자루를 가져와서 돌 무더기를 집어넣고 마지막에는 관성을 이용해 눈삽으로 빨리 쓱 떠내서 재빨리 담아내는 기술이다. 나는 할 줄 모르니 마대자루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개잡부라고 불렀던 주름 많은 아저씨에 대해 십장이 욕을 했다. 주름 많은 아저씨가 여기서 일이 없는 겨울을 나려고 미장공에게 용역이 아닌 개인이 쓰는 걸로 바꿨기 때문이다.


반장은 "이곳 KCC 현장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자기에게 말 한마디도 없이 싸가지 없게 군다고 한 대 처버릴려다 말았다"고 씩씩거렸다. "혼자서 편안한 미장일을 하려한다고. 주름도 많고 나이먹어 혼자 살고 밥도 엄청 처먹는 거 봤냐"고 별 험담을 다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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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가지고 수도권 현장을 왔다갔다 하는 십장은 이 사람 넣지말라 빼라 인력사무실에서도 목소리가 크다. 인력사무실 입장에서도 그렇게 왔다갔다 해주면 좋으니깐 인정해준다. 그렇게 몇 사람이 인력사무소에 차를 등록해서 현장에 나갔다. 이 사람들은 여기 일용 잡부 위에 있는 또 하나의 권력이다. 주름 많은 아저씨는 이제 그 봉고차를 안타고 남양주로 오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왠지 갑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십장 입장에서는 여름부터 현장에 나온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기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좀 찹찹하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


104동 깽폼을 올렸다. 깽폼은 아파트 건설할 때 건설하는 부분을 천막으로 감싸놓은 부분을 말한다. 그 현장에 불려가 빨간 안전모를 쓰고 빨간 신호수 모자를 쓰고 빨간 우비를 입고 현장 안전요원을 했다.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우둑커니 서있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


또 편안일이다. 땀이 나고 숨이 차오르는 일을 해야 좀 더 보람되는데. 편안 곳으로 가니 좋기는 하다. 104동 깽폼을 올리는데 오전과 오후 내내 걸렸다.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제 이렇게 자기자신에 대해 사색을 해보는 시간이 있을까 싶다. 이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현장에 나오면서 아침과 낮에 이빨을 안 닦았더니 이빨이 너무 아팠다. 뜨거운거 차가운거를 못 먹겠다. 잇몸이 약간 내려앉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빨을 닦기 시작했다. 물이 안 나오는 현장도 있고 이빨을 닦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그냥 있었는데 안 되겠다.


그래도 좀 적응은 됐는지 현장에서 화장실도 간다. 참 예민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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