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⑭
수서에 있는 포스코 아파트 건설현장에 갔다. ‘에어테크’라고 하는 업체에서 불러서 오늘도 청소하겠구나 싶었는데 에어콘 설치 업체였다. 아파트에 에어콘을 1800댄가 설치하는 업체인데. 지하실에 사무실이 있고 처음 분위기는 매우 어두컴컴 했다.
신기한 분들이 함께했다. 둘 다 살벌한 첫인상을 가졌는데. 한명은 얼굴 팔자주름 있는데 약간 칼자국 비슷한 흉터가 있었고 얼굴도 약간 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또 한명은 머리를 삭발하고 군복으로 아래위를 입고 안전화를 검게 염색하고 군화처럼 광을 내고 온 사람이었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분은 순수한 분이었다. 전에 통신선 까는 일을 했는데 해고 되서 3일째 일을 나왔다고 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역시 사람은 인상과 다르다. 삭발한 해병대 느낌이 나는 분은 정말 재밌는 분이었다. 점심시간에 이분의 입담이 꽃폈는데 진짜 이야기 꾼이다.
이 사람은 삭발을 해서 가끔 스님으로 오해받는데 스님인 척 연기도 잘했다.
하루는 여름에 노가대하는 사람들이랑 너무 더워 산에 들어가서 취사를 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공무원이 단속을 나왔다. 딱지를 끊으려고 하자 그분이 나섰다.
“혹시 스님이세요?”
“어허 지금 수양하러 나왔어”
“취사는 안 되는데요”
“공양드리려고 그러잖아”
“그럼 저분들은요?”
“같이 기도 들리러 온 불자들이지”
그러니 공무원들이 그냥 돌아갔단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진짜 스님인 줄 알고 “저도 같이 공양드릴께요” 하자 “어이 불전함을 가져와봐” 해서 넉살좋게 아주머니 사주도 봐주고 복채도 받았단다.
하루종일 한 일은 에어콘 설치할 때 쓰는 플라스틱 PVC 봉에 단열재를 끼우는 일이었다. 하루 종일 5봉지를 했다. 1봉지에 약 100개정도 들어있으니 끼우고끼우고 계속 끼웠다. 단열재가 구멍이 큰 것은 쉬웠지만 작은 것은 정말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라 나중에는 땀이 뻘뻘 났다.
여기 회사 사장이 한 시간 정도 자기가 에어콘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월급쟁이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성공해서 어떤지 앞으로 비전이 어떤지 정말 자세히 설명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분이었다. 내가 나이가 젊으니 노가대 하지 말고 같이 일하면 도와 줄 테니 해보자는 것이었다.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자기 일을 권하는 일.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