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⑮
아침에 인력사무소를 나갔는데 대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여기선 일을 못나가고 허탕치는 걸 대마라고 하는데. 직원들이 ‘커피한잔 마시시죠’ 하면 대마다. 5시 40분이 넘도록 이름을 안 부르자 앞에 나가서 어슬렁 거렸다.
팀장이 싸인지를 보면서 “어 이태원 가본사람 누구지” 이야기를 하자 바로 가봤다고 했다. 사실 거긴 작업반장이 지랄 같아서 가기 싫은데 대마보단 낳으니 억지로 갔다.
도착해서 아침 체조를 마치고 첫 번째 일은 오줌통을 비우는 일이다.
청소아주머니들이 생각났다. 새벽 지하철 첫차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는 “똥 주물러서 번 돈을 함부로 못써”라며 고난함을 이야기 하셨다. 지하철 첫차는 다 인력 나가는 분들이다. 남자들은 노가대, 여자들은 파출부, 미화원, 식당 등으로 지하철은 출근시간처럼 만원이다.
지하3층에서부터 지상3층까지 오줌통을 비웠다. 노란 플라스틱 칸막이에 간이 소변기를 놓고 그 아래 호스를 기름 말통에 연결해놓았다. 그 통에 담긴 오줌을 1층에 있는 포세식 양변기에 버렸다. 공사장에는 물이 안 나오는 거품식 변기가 대부분이다. 변기 덮개를 여니 똥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양변기에 사과쥬스 색깔의 누런 오줌이 콸콸콸 쏟아졌다. 기름통 안에는 추워서 얼음이 누렇게 얼어있다.
이래서 개잡부 인생이구나 생각이 든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농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줌은 부추비료로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어디서 본 듯 하다. 똥 오줌이 거름이고 똥 오줌을 주무르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겠지. 이런 일이 더럽다고 느끼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3층은 추워서 소변 얼음이 꽁꽁 얼어있다. 그래서 오줌 색깔이 연하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오줌색깔은 진해졌다. 색깔에 비례해서 심해진 찌린내가 코를 찌른다. 지하 지나가는 길에 쥐가 죽어서 바닥을 뒹굴었다. 아무도 치우지 않고 있다. 놀라서 다시 쳐다보기 싫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더라도 이런 일은 여전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일고 그 사람도 소중한 사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