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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Oct 11. 2018

소소한 선거운동

2018.05.24

어제 집에 들어가니 아내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아내는 목이 쉬었다고 했다. 

요즘 계속 전화통화를 30분, 1시간씩 붙잡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오랜만에 전화한 선배, 후배에게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대학 후배가 지방선거에 출마했으니 후원해달라고 하기가 오죽 어려웠을까. 그것도 이름도 친숙하지 않은 당으로. 그래도 한 일주일 째 엄청 열심히다.



아내의 모금은 좀 특별하다. 

그냥 문자나 카톡으로 하지 않는다. 

 편지를 쓰거나 1시간 동안 통화를 하거나 심지어 직접 찾아간다.


아내는 모금을 받기 위해 선배, 후배 집을 계속 찾아 다녔다. 

어제는 오뎅 가게를 연 후배 가게를 찾아가 오뎅도 사주고 일도 도와줬다.

오늘은 후원해준다는 선배를 위해 직접 선물을 들고 선배네 집에 다녀왔다. 

후원이 5만원이면 선물이 3만원인데 그냥 자기가 내고 싶다고 푸념이다.

하지만 선후배들에게 직접 후원을 받아야 의미가 있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몇일 전에는 충청도에 사는 후배와 경기도 수원에 사는 후배에게 후원을 받기 위해 수원에 지하철을 타고 1시간 40분이 걸려 내려갔다왔다. 그래서 받은 5만원, 10만원이 모여. 목표금액이 거의 다 차간다고 한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학교 내의 진보적인 작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물론 이 후배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내는 열심히다. 후배에게 직접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누구는 걱정을 할지 모르지만 아내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 대학시절 만났던 아내의 선후배들은 여전히 아내를 믿고 따르며 찾아오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한다.


잘 모르지만 언니 믿고 후원한다. 많이 못보내 미안해라는 후배들..

거액을 투척해준 한 선배와 다른 많은 선배 후배들의 정성으로 이제 곧 그 후배에게 후원금이 전달되겠지.

아내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감할 때 제일 기뻐하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내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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