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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Dec 09. 2020

평타는 치는 인터뷰 기사 쓰기, 편집하기

인터뷰 기사를 쓰기도 하고 인터뷰 콘텐츠를 편집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옮겨 적는 건데 뭐 그리 대단한 스킬이 필요한가 싶어보일 수 있지만, 내가 혼자 보려고 쓰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어떤 매체에 내보내도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로 그래도 완성되어보이는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약간의..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긴 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터뷰 편집할 일도 많았고, 수많은 인터뷰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가운데 나도 생각해보니 인터뷰를 좋아하기도 해서 오늘은 인터뷰에 대해 좀 기록해보려 한다. 내가 쓰고 편집하고 또 수도 없이 읽으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각이며 역시 정답은 아니다.


1. 다른 글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리드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인터뷰의 꽃은 리드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이야 이 사람에 대해 대체 내가 왜 알아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q&a를 꼼꼼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인터뷰어가 발굴해 조명하고 소개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그 인터뷰이를 생판 모르거나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면 독자는 그 글을 읽을 이유가 전혀 없어진다.


이때 독자가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제목 다음으로) 리드다. 리드에는 이 사람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다. 인터뷰어의 재량에 따라 팩트가 담기기도 하고 개인적 인연, 감상이 담기기도 한다. 내가 인터뷰를 해봤는데 넘  짱짱맨이라 여러분도 이 사람을 좀 알아주면 좋겠어!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이래도 안 궁금해?!! 라는 걸 던져주는 게 리드다.


그 부분이 조금 빈약한 인터뷰들이 있다. 큐앤에이를 기록하는 데 의의를 두는 인터뷰로서는 의미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소 아쉽다. 짤막하게 어디에 소속된 누구를 만났다, 정도로 소개하는 경우. 중언부언하는 경우. 첫 문장이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 인터뷰 하게 된 동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 이런 것들이 독자가 이탈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내 지인에게 내가 생각하기에 멋진 사람을 소개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지인이 시간을 들여 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거다. 너가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 이 사람이 잘 알아, 그러니까 너한테 도움이 될거야. 혹은 이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데 너랑 잘 맞을 것 같아. 그게 인터뷰에서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 아티클을 읽는 사람한테 나의 인터뷰이를 소개하면서, 들어봐 이 사람 이야기를 너가 알면 좋을 거야,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리드다.


인터뷰이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에 애정이 생긴다. 나는 특히 이상주의자들을 만날 때 에너지를 얻은다. 그의 인사이트와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고 이 사람의 생각이 실현되는 걸 꼭 보고 싶어진다. 이런 애정을 충분히 전달하고 싶어 고심하게 되는 부분이 리드다. 언론사에서는 야마라고도 한다.


리드에 나의 인터뷰이를 주목할 수 있게 스토리텔링을 해준다면, 일단 평타는 치는(?) 인터뷰가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고, 내 편집을 거치는 인터뷰들도 그런 관점에서 재설계한다.


평타를 친다 함은.. 희대의 대작이 될 수는 없어도, 타인에 공개했을 때 부끄럽지 않고, 잘 읽히며 인터뷰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한다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2. 그래서 인용, 일화, 질문, 권위.. 각종 도입부가 등장한다. (인터뷰 외 다른 글도 마찬가지)


그러기 위해 리드에서 많은 이들이 활용하는 것 중 하나는 쿼테이션이다. 인터뷰 중 가장 인상깊었던 한마디, 가장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 같은 한 문장, 인터뷰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표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앞세워 글에 주목하게 한다.


질문을 활용하기도 한다. 첫 문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듣고자, 그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스토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인터뷰이에 대한 인터뷰어의 관점과 관련된 일화, 경험 등을 쓸 수도 있다.


만약에 내가 우리 아빠에 대한 인터뷰를 쓴다고 해보자. 아무도 우리 아빠에게 관심이 없을 텐데 나는 어떻게 우리 아빠에 대한 인터뷰를 읽게 만들 것인가?


우선 내가 아빠를 주목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파헤치기 위해 질문을 여러 가지 던질 것이다. 왜 그는 겨울에도 메리야쓰만 입는가, 이게 궁금했다고 해보자.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어릴 적 어머니가 없는 돈으로 메리야쓰만은 꼭 항상 새로운 걸로 챙겨주셨기에 어머니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추워도 항상 그렇게 입고 바텼던 습관이 몸에 밴 것이었다고 치자(전혀 사실이 아님).


농반 진반이지만.. 이 경우 리드를 시작하는 몇 가지 케이스를 상상해 적어보겠다.


1)질문을 던지고 권위로 풀어가는 경우

가난은 우리의 습관을 어떻게 바꾸는가. 영국의 사회학자 xxx는 책 <> 에서 가난이 단지 경제적 문제가 아니며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뒤바꾼다고 말했다.


2) 쿼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

“받기만 했는데.. 내 손으로 메리야쓰 한 장 못 사드린 게 평생 한이야”

이제 갓 환갑을 넘긴 남자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4도 안팎의 날씨에 허연 입김이 나오는데도 메리야쓰만 걸친 채였다.


3) 일화를 쓰는 경우

“제발 옷좀 입어” 엄마의 볼멘소리도 아빠를 막지 못 했다. 하얀색 메리야쓰만 입은 채 아빠은 바깥으로 나갔다. 매년 겨울 우리집에서 벌어지던 풍경이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아빠는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남들보다 피부가 한겹은 더 있는 걸까. 아니면 그를 사로잡은, 남들은 모르는 메리야스의 매력이 있는 걸까. 유니클로의 히트텍보다 앞선 기술을 아빠가 발명해낸 것은 아닐까.


(아빠 미안.. )


좀더 지적인 예시를 들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기회가 되면 다시 예를 들어보겠다. 공개된 인터뷰들을 첨부하면서 분석해보고 또 글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했던 자료들을 더해 풍부하게 기록할 수 있음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계속 미루다보면 나는 게을러서 백년 동안 기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그래서 생각난 김에 휙휙 써버린다.


3. 결국 무엇에 주목하는가, 라이터의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하여튼 그만큼 나는 리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리드는 인터뷰가 끝나고 그 인터뷰이에 대해 다시금 곱씹고 생각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다듬어진다. 처음에 만날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더 생생하고 멋진 것들이 떠오를 수 있다. 인터뷰어는 내 생각 속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 속에서 실제 부딪히고 고민하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살아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어느 한 순간의 어느 한 단면을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살아 있는 한 인간이 나와 함께 보내며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나눠준 그 한 순간의 시간은 소중하다. 그래서 곱씹어 생각하고, 독자들에게 그의 매력을 짚어 소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결국에 좋은 리드를 쓴다는 건 좋은 관점을 다진다는 것과 비슷하다. 무엇에 주목하고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수많은 워딩과 그 밑에 깔린 의미들 중에서 무엇을 수면 위로 길어올릴 것인가. 문장을 어떻게 멋지게 쓰고 그럴싸하게 배치할 것인가는 그다음 문제다.


4. 질문과 답변은 시간 순으로 병렬나열하기 보다 리드에 맞게, 그리고 구조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인터뷰라는 형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질문과 답변인데, 이는 이야기를 나눈 시간 순으로 기록하기 보다 그 리드가 돋보이도록, 또 잘 읽히도록 배치하면 된다. 또 질문과 답변,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 사람에게 점점 더 알아가는 느낌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각 질문과 질문이 너무 동떨어진 경우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


큐앤에이는 리드에 담긴 관점의 근거가 되는 것들이다. 단지 만나서부터 끝까지 나눈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배치하는 것은 독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독자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시공간 속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인터뷰어의 입을 통해 인터뷰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므로. 물론 이는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만 하는 어떤 사료, 연구자료 등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지인 소개를 할 때나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때와 마찬가지다. 야 내가 어제 걔를 만났는데 걔가 뭐라는 줄 알아? 이런 야마로 말을 시작하지, 내가 걔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이런 말을 했고 그다음에 그런 말을 했고 그다음에 저런말을 했어. 라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청자와 충분히 친밀하거나 그 앞에 이미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던져준 다음일 것이다. 야 내가 어제 황당한 얘길 들었어, 일단 들어봐. 라거나. 그런데 우리는 독자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며 친밀하다 할 수 없으므로 각종 노력을 통해 내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5. 입말과 문장은 다르다. 단순히 말을 받아적는 게 아니라, 그 말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워딩을 정확히 옮기는 걸 넘어 인터뷰 과정에서 그 사람의 말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말은 문장과 다르다. 우리는 항상 정리된 문장을 말로 꺼내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특유의 말 습관을 갖고 있다. 그걸 말 그대로 “발화된 그대로” 옮긴다면 가독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인터뷰이가 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구어로 흩어지는 인터뷰이의 인사이트를 정제된 언어로, 동시에 그 사람의 캐릭터를 담아 드러내는 것도 인터뷰어의 역할이다. 그렇게 할 때 인터뷰이와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얘기는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글, 상품이 될 글을 만들고자 했을 때에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자 할 때는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걸 고민하다가 기록 자체를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또 다양한 형식의 인터뷰가 있을 수 있으며 더 다양한 방식의 작성 방법과 편집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저 몇 년의 경험을 갖고, 나름대로 다른 이들이 기록한 책, 좋은 글 등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뿐이다.


최근에 읽은 글쓰기 책은 <진짜 이야기를 쓰다>라는 책이다. 미국 책 시장에는 “논픽션”이라는 장르가 있고 시장 사이즈가 꽤 크다. 작가 파워에 따라 개런티도 쎄고, 기획단계에서 선인세를 주고 다양한 논픽션 기획을 지원하기도 한다. 추앙받는 논픽션들은 취재 기간만 몇 년 씩 걸리기도 하고 자료도 어마어마하다. 경험에 기반한 경우 뼛속까지 파헤치기도 한다. 논픽션을 국내로 따지면 픽션, 그러니까.. 대충 문학이 아닌 장르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디테일하게는 어느 장르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이 책은 현장에서 구르고 부딪친 퓰리처 상 수상 저널리스트 포함 전업 논픽션 작가들, 미국 주요 매체 라이터 및 편집자들이 논픽션 글쓰기에 대해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심지어 이 안에서도 디테일하게는 글에 대한 작가들만의 나름의 관점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즉 정답은 없다. 다만 좋은 글이란 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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