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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Aug 26. 2021

콘텐츠 기획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3가지

내가 주로 기획하는 것은 텍스트나 강연 콘텐츠이고, 장르는 논픽션. 스타트업, 조직문화,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 등 일과 산업의 변화에 관한 지식, 정보, 경험담을 담은 콘텐츠다. 


콘텐츠는 흥행이 중요하지만 기획할 때는 흥행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기획할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지원자라고 해도 면접장에 부적절한 옷을 입고 나타나면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박탈받을 것이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어떤 관문을 넘는 데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생각나는 것 몇 가지 정리해본다. 


참고로 내가 콘텐츠 기획을 하는 곳은 오픈 플랫폼이 아니다. 아마 오픈플랫폼은 콘텐츠 기획자가 핵심적인 인력은 아닐 것이다. 오픈 플랫폼에서라면 저자, 강연자가 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자기 콘텐츠를 올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읽을만하고 들을만한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기획자이므로, 그런 상황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1. 플랫폼의 성격

이 기획이 올라탈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기획의 깊이, 넓이, 방향이 다르다. 플랫폼의 성격이라 함은 거기 어떤 독자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모여있느냐와 관계가 있다. 독자들의 연령이나 주요 관심사 등을 고려해야 한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힙합  클럽이 열리지는 않는 것처럼.. 콘텐츠도 때와 장소에  맞는 것이 있다. 


또 플랫폼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긴 글을 추구하냐, 짧은 글을 추구하냐, 이미지 중심이냐 텍스트 중심이냐, 오프라인 강연이냐 온라인 강연이냐 등등. 


플랫폼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콘텐츠 기획자의 경우, 플랫폼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생각에 방황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현실적으로 현재 조직이 추구한다고 생각되는 방향에 맞추도록 노력하면서 더듬더듬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모든 조직은 항상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명확한 방향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방향이 있다면,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주변인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그런 제약조건 하에서도 플랫폼의 지향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획을 내어놓는 게 중요하다. 서비스나 상사가 답을 주지 않는다면 나만이라도 답을 찾아가면 된다. 


2. 저자 검증과 스토리텔링

기획자는 말그대로 기획하는 사람이지 글을 쓰거나 직접 강연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떤 콘텐츠에 어떤 사람이 어울리는지를 판단하고 그 기획이 잘 팔리고 돋보일 수 있도록 저자를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tv 프로그램들이 그 기획과 제작과정에 있는 사람들보다 출연자가 더 주목받고 중요하듯이, 텍스트나 강연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사실은 저자가 글을 잘쓰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 기획을 그 저자가 실행한다고 했을 때 신뢰가 가느냐, 설득력이 있느냐, 회자될 만하냐, 하는 것들이다. 글쓰기는 기획자가 보조할 수도 있고, 고스트라이터를 섭외하거나 편집자를 섭외해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의외로 글을 잘쓰느냐는 엄청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저자는 문장을 통해 사상을 전달하는 사람이지 문장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기술자가 아니므로 그 저자의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물론 저자가 글을 잘 쓰면 정말 너무 좋다. 너무 좋은 문장을 읽으면 덩달아 신이 난다. 생각을 표현하는 기술이 정치하면 글은 더 살아나고 설득력과 생명력을 가진다. 하지만 상품으로 만드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기획자가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저자에게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저자에게 제안을 받는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나름대로 저자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경험치나 역량, 저자가 하는 말의 근거들, 저자의 윤리성 등도 알아보는 게 좋다. 


이미 대중에게 검증된 저자에게 제안을 한 경우에는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그 저자가 원하는 디테일한 지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제안에 큰 틀에서 동의를 하더라도,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자가 원하는 지점이나  저자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지점은 다를 수 있다. 그걸 파악해 기획과 저자가 잘 맞을 수 있도록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제안한 기획에 저자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기획에 저자를 욱여넣으려 하기보다 함께 맞춰가며 조정하는 게 좋다. 저자가 편안하게 느껴야 독자도 편안하게 느낀다. 


역으로 저자에게 제안을 받은 경우에는, 그 저자가 그 기획을 하기에 적합한가를 파악한다. 심층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어떻게 그것을 기획하게 됐는지, 그 사람의 궤적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게 좋다. 단순히 해당 커리어가 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커리어보다는 더 큰 맥락에서 '경험'이나 '관점'이 중요하다. 또 저자가 제안한 기획은 매력적인데, 기획과 관련한 저자의 스토리가 약할 때, 기획과 관련된 저자의 잠재력, 잊고 있었으나 연결할 수 있는 스토리들을 발굴해야 한다. 글을 처음 쓰는 저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그걸 써야만 했던 이유, 그 사람이 그걸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최대한 발굴해 스토리텔링해야 기획이 설득력을 가진다. 


3. 주제의 적정성, 윤리성 등

사실 요즘 플랫폼들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벌어지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 책임이 아니라며 회피할 수만은 없다.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서비스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지점일 수도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도 가짜뉴스와 전쟁을 벌이고 트위터도 그렇게 트럼프를 차단한다. 


내가 일하는 곳의 경우 오픈 플랫폼이 아니다. 유통할 콘텐츠를 선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선별 과정에서 일반 플랫폼보다 리소스를 많이 쓴다. 그러다 보니 검증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검증은 저자뿐 아니라 주제에 관해서도 한다. 해당 주제가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지, 독자에게 가치를 주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판단한다. 또 저자의 주장이 사실과 저자의 실제 경험에 근거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라는 개인이 오늘 갑자기 "지구는 망했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게 지식, 정보, 경험을 전달하는 지적인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그렇게 주장하게 된 배경에 있는 팩트와 경험이 충분해야 신뢰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가 된다. 단순히 "지구는 망했어"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고 해서 덥썩 기획을 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진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할 만큼 기획자 또한 공부하고 취재해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에 반대되는 주장과 그 근거까지도 알고 있을 정도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윤리적 문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해당 주제나 글의 소재, 저자가 비윤리적이어서는 안 된다.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사회 윤리와 어긋나는 주장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념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충분히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 여러 명의 전문가 라인업을 꾸릴 때는 성별이나 배경 등에서 다양성을 기해야 한다. 




위 세 가지는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기록한 것이다. 다른 콘텐츠 기획자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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