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운동하러가던 직장인의 심행일치 다이어리
나,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한다는 한국의 흔한 직장인. 퇴근만 한다면, 주말만 온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 2회 3개월치 끊어 놓은 요가는 빠지기 일쑤, 주말엔 베개에 침흘리기 바빠, 이번주도 하염없이 죄책감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마는 비극이 매주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 날 아는 언니가 마일로를 소개해줬다. 주 몇 회, 몇 개월이라는 제한이 전혀 없이 시간될 때 원하는 곳에서 운동도 하고 취미 클래스도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했다. 요가원에 등록해놓고 벌써 마음만 운동하러 보내는 게 한 달 째였는데, 운동할 때만 돈을 내면 된다니 종잇장처럼 얇은 내 지갑에 아주 볕이 드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요가만 하기가 가끔 지겹기도 했는데, 요가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같은 변덕쟁이를 끌어당기는 요술피리 같은 구석이 있다. 요가원에 재등록을 할 때마다 1개월만 더 하고 다른 걸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당당히 "1개월치만 등록할게요"라고 말해보지만 요가원 실장님의 상냥한 상담과 기존회원을 위한 비공개 특별 할인가 앞에 어느새 3개월치 등록비를 긁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만 벌써 몇 번째였단 말인가!
나처럼 이것저것 해보고는 싶지만 바쁘고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것 같아서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연속 야근에 속이 상하면 살찌는 거고 뭐고 술이나 퍼마시고 싶고, 친구랑 저녁도 한 번 먹어줘야 인간답게 사는 것 같고, 하지만 운동도 하고 싶고, 베이킹이나 그림그리기 같은 취미도 하나쯤 갖고 싶고, 주말엔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나와 침대와 하나가 되길 바라는 나 사이에 항상 충돌이 일어나는 아주 복잡한 심리를 가진 나에게 엄청 반가운 서비스가 아닌가.
그래서 한 번 써봤다. 내가 한 달 동안 마일로를 어떻게 썼는지, 자기관리를 머릿속으로만 하는 흔한 직장인 동지들과 공유하겠다.
9/7 목 19:50 힐링요가 [바로가기]
월, 화, 수 야근으로 인한 힐링의 일상 도입이 시급해서 퇴근길에 갑자기 힐링요가에 등록했다.
9/11 월 20:00 필라테스 [바로가기]
이번주 갑자기 활기찬 마음이 들어 월요일부터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평소 궁금했던 필라테스 체험. 고관절이 호강했다.
9/16 토 13:00 팝아트 초상화 그리기 [바로가기]
주말을 교양 있게 보내는 느낌을 내기 위해 그림그리기 클래스에 참석해봤다. 처음 해봤는데 나 좀 잘한 듯.
9/20 수 12:20 점심스파 [바로가기]
월, 화 야근으로 아주 심신이 불편하였다. 점심에 간단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길래 발마사지 30분 받았다. 사무실에 못 돌아올 뻔.
9/23 토 11:30 친구와 함께 주짓수 [바로가기]
치한이 기승을 부리는 밤길에 대비하기 위해 치한을 때려잡는 강한 여자 느낌을 내고자 주짓수를 배우러 갔다. 나보다 친구가 더 좋아했다.
9/27 수 19:20 아쉬탕가 요가 [바로가기]
요가의 세계가 넓고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청 힘들엇지만 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음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치자). 야근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고 술도 마셔야 하고 어느 날은 피곤하고. 인간이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한 달 동안 6가지 경험을 했고, 꾸준히 운동하는 기분을 느꼈으며 등록해놓고 안 갔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중한 쉬는 시간마저 패배감에 시달리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하면 되는 거다!
다음 달에는 요즘 핫하다는 EMS도 한 번 해봐야 겠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나는 이 경험이 좋아 결국 마일로에 입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