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 Dec 31. 2022

콘텐츠 스토리텔링의 기본기1 취재하기

연결성과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취재

<콘텐츠 일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에서 내가 취재 방법을 배웠던 에피소드를 썼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도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의 기본기 중 한 가지가 됐다.


내 머릿속에서 그 상황과 인물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그림이 막히는 부분을 추가로 취재해야 한다.

취재를 위해 누군가를 귀찮게 하면서 질문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면 스토리의 얼개가 잡힌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정보가 부족한 것이고 다시 취재를 해야 한다.


좋은 논픽션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좋은 상품도 그렇다. 편집자나 콘텐츠 기획자로서는 그 지점을 포착하는 게 차이를 만든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건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구체성은 개개인의 디테일한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다. 편집자나 콘텐츠 기획자는 그것을 끌어내고 발굴해 스토리텔링이라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사용해서 타깃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작가/연사 소개 글을 쓰는 상황

작가에게 프로필을 달라고 했더니 어느어느 회사에 다녔다는 이력만 보내준다면, 혹은 갑자기 콘텐츠 주제와 관련 없이 “여행을 좋아하는 낭만주의자” 같은 설명이 달려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번거롭더라도 질문을 해야 한다. 왜 그 회사에 들어갔고 왜 옮겼는지, 여행과 자신의 콘텐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그 너머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콘텐츠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나 사례가 있었는지. 그러다보면 작가/연사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한 좋은 스토리들이 발굴된다. 그게 곧 콘텐츠와 연결되고, 콘텐츠가 더 힘을 받게 된다.


인터뷰 기사를 쓰는 상황

이는 인터뷰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질문하고 더 깊게 질문할수록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일례로, 책을 요약해 소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무슨 책을 왜 소개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하면 평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의 습관이나 평소 태도, 어린 시절 경험 같은 것까지 알게 되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나는 그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 시간을 아끼려고 10년째 똑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똑같은 옷을 입는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됐고, 그걸 기사에 녹였다. 본인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에 책 요약 서비스를 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신뢰 가는 사람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디테일은, 질문을 통해, 내가 그 사람과 만난 핵심 주제 의외의 것에 대한 관심을 통해 얻어진다.


내가 다루는 콘텐츠와 그것을 제공하는 작가/연사, 그리고 그걸 받는 고객 사이의 연결성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이야기를 취재하는 것이 풍성한 스토리텔링의 재료를 모으는 방법 중 하나다.


콘텐츠를 편집하는 상황

이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누군가 앱을 사용해본 경험에 대해 쓴 글을 편집한다면, 그 앱 경험이 독자가 글로만 읽어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됐는지를 보기 위해 실제로 그 앱을 써봐야 할 수 있다. 공간에 대해서라면 직접 가봐야 할 수도 있다. 언제나 콘텐츠 기획자가 아는 것과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 사이에는 의도적으로 버려지는 정보들이 있다.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컨셉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기워내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충분히 많은 것을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직접 가보고 직접 해보는 경험들이 디테일을 만든다.


강연, 세미나, 컨퍼런스를 기획하는 상황

사실 실무를 하는 동안 뭐 하나 기획하는 것도 바빠서 디테일을 챙기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나도 그렇다. 특히 조직 내 성과 목표나 릴리즈 일정에 쫓기다 보면 대강 짜맞춰 스토리를 만들 때도 많다. 솔직히 좀 귀찮거나 어떨때는 에너지가 없어 용기가 안 나기도 한다. 그런데 여건이 된다면 취재는 꼼꼼할수록 큰 도움이 되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강연, 세미나, 컨퍼런스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 누구를 연사로 데려올 것인가. 이미 타깃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을 섭외한다면 알려져 있는 사실이 많아 스토리텔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발굴해 무대에 세워야 한다면. 우선 그 필드에서 누가 주목받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 사람이 왜 주목받는지를 업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평판을 체크하는 것도 좋다. 거기서 시작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 업과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사례까지 알아내면 콘텐츠가 고객에게 소구되는

지점이 더욱 명확해지고 디테일해진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준다면, 나는 여기서 ‘작가가 주장하는 바에 일치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달라. 어떤 작품에서 어떤 부분이었나’를 요구할 것이다.


사실 이는 콘텐츠 스토리텔링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살면서 어물쩍 넘어가게 되는 것들, 혹은 내가 속한 팀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정보를 수집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하는데, 다음에 질문하기에 대해 다뤄보겠다. 질문이 어떤 힘을 만들고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는지 또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이 글을 읽고 논의해보고 싶은 점이 있으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 혹은 ‘제안하기’로 남겨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