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기 9일차
삶의 러닝타임은 정해져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겪는 모든 크고 작은 선택의 과정은 그 정해진 시간을 어떤 것을 경험하는 데 사용할지에 대해 협상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협상 대상은 나 자신. 조금 더 정확히는 나 자신의 수많은 자아들 간의 협상이랄까. 가족 속에서의 자아, 회사에서의 자아,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할 때의 자아, 되고 싶은 자아를 닮으려는 자아 등. 그 협상을 통해 매 순간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게 모르게 결정한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벌어지는 그 과정이 한 사람의 인생을 구성한다.
내가 살면서 보지 못하고 놓친 것이 있다면, 아마 그 과정 속에서 경험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들일 것이다.
모든 걸 다 발견할 순 없다. 다만 내가 자연스럽게 놓치는 것들이 다른 이에게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것들이 아니기를. 다양한 자아를 건강하게 단련하는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