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기 12일차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마음은 인생에 봄따위가 찾아왔다는, 그런 감흥은 없고 비유만 남아버린 종류의 사건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상하게 비슷한 미래를 꿈을 꿨고 비슷한 이유로 오늘을 힘들어 했다. 그는 현명하고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그에게 기댈 수 있었고 그도 나에게 기댈 수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가 오래 알던 사람처럼 편안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가끔 나는 살아있기에 해야 하는 일들이 힘들어서 그를 끌어안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집 고양이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에 거의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그는 딱 잘라 이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니가 15년밖에 못 살잖아”라는 게 이유였다. 이 현명하고 엉망진창인 대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