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 Nov 08. 2018

수도권에 집 없어요

뭐라도 쓰기 7일차

지방 출신 서울 거주자로서 대학 시절에 좀 억울한 게 있었더랬다. 사회생활 1~2년차 때까지도 넘 억울했음. 집이 지방이라 나는 돈이 더 필요했다. 벌거나 얻거나 해야 했는데 그 돈이 넘 아까웠다.. 집에서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세탁기 옆에서 자야 하는 원룸 생활을 전전하면서 세상에 이런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그 돈이 걱정돼서 나한테 투자를 많이 하지 못했다. 억울하고 슬픈 감정이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그 감정을 다뤄야 할지 몰랐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난 세상 처음 느끼는 그 박탈감과 고립감를 마주하고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그냥 머릿속으로 이런 격차가 있구나, 내가 뭘 어쩌겠어, 라고 나의 슬픔에 대해 생각하기를 접어버렸다.

지금은 뭐 다 지난 얘기다. 내가 돈을 벌게 되면서 나한테 더 투자하게 됐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스스로도 그걸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보다 내 앞에 닥친 현실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하게 됐다.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뾰족하게 서 있는 채로 힘든 20대를 보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격차들은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요즘에는 우리 엄마아빠가 난리라서 걱정이다. 수도권에 집을 사주지 못하다는 걸 미안해한다. 나는 엄마아빠가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의 행복이지 물질적 지원이 아닌데, 그런 내 마음을 딱히 이해해주진 못한다. 이렇게 박탈감과 좌절감이 대물림되고 재생산되는 환경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리고 난 이제 괜찮은데. 그리고 떠날건데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컴 클로저> 대충 읽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