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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May 08. 2018

용돈 없이 마음만 드리는 딸내미의 고백

부치지 않을 편지2

안 주고 안 받기 쿨거래 원합니다

엄마 아빠 뜻대로 살지 않아 죄송한 마음이 조금 있습니다. 사실 아주 조금요. 아주 아주 아주 조금 있습니다. 나는 꽤나 만족스럽거든요.

나는 아주 행복하게 지냅니다. 태어나서 겪어야 하는 고생들만 빼면 매우 많이 행복해요. 나는 어차피 누구나 힘든 인생 길에서 그나마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를 잘 찾아내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이건 엄마 아빠가 저에게 주신 사랑과 신뢰 덕분입니다. 나는 아직도 아빠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작은 썰매를 기억합니다. 나를 한 손으로 들어올리던 아빠의 강하고 재미난 팔뚝을 기억해요. 수능 전날 내 등을 쓸어주던 엄마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요, 언제나 내편에 있어줬던 모든 친절을 기억합니다. 나는 사랑을 참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엄마 아빠의 좋은 점을 닮아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조금은 허술하지만 사람 좋은 아빠를 닮았습니다. 돈은 없지만 마음은 부자라고 말하는 아빠의 여유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맡은 일을 꼼꼼하게 책임지는 엄마의 근성을 닮았습니다. 처음하는 일도 혼자서 척척 잘해내는 엄마의 똑똑함을 닮았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제가 더 걱정스러우신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당한 제가 좋습니다. 이제 걱정은 그만하시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흔들려 나 자신을 잃어가기보다 스스로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열심히 찾아가는 딸내미를 가지신 걸 자랑스러워해주세요.

저한테 해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건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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