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기 13일차
성과를 빨리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겠지만 <팔다에서 팔리다>의 저자 미즈노 마나부가 전하는 '팔리는' 비결은 결코 빠르게 성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비결은 바로 브랜딩.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는 것.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 당장 생존이 급한 신생 기업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
<팔다에서 팔리다>의 저자 미즈노 마나부는 브랜딩을 "보이는 방식을 컨트롤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무엇을 보이게 할 것인가? 어디까지 컨트롤 할 것인가?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이고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결국 어떤 것이 도대체 '왜' 그렇게 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근원부터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상품마다, 기업마다 너무도 다르다. 때로는 고대 문자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고, 오랜 신화에서, 지리적 요건에서, 창업자의 기억에서 찾기도 한다.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메이지 시대 간장 양조장으로 시작한 후쿠오카의 어떤 기업의 리브랜딩 작업에 대한 설명과 로고가 인상깊었는데, 그는 이 작업을 위해 거의 8개월 정도를 그 기업에 대해 조사한 모양이었다. 창업자나 직원들과 대화하고, 그 역사와 주변 환경을 조사한다. 모든게 빨라야 하는 한국인으로서 이런 시간과 노력의 가치가 용인된다는 것부터 좀 신기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는 많은 정보를 모아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그런 '센스'를 누구나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센스의 대한 정의는 "집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타고나는 어떤 신비한 능력이 아니란 거다.
어쩌다보니 이번주에만 일본 디자이너의 책을 세 권째 읽는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디자이너들이란 본질에 접근하고, 그 본질을 약간은 차별적인 관점으로 디테일까지 시각화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게 결국 '브랜딩'의 과정이다. 아무나 못하기 때문에 귀하다.
또 이들은 유행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서 유행을 창출한다.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트렌드라는 매우 흥행 기간이 짧고 비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요즘 가장 핫하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누구나 "변할 것"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았나. 유행을 무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흐름 위에 올라타기보다 그 흐름을 넘는 더 본질적인 스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디테일하게 구현해낼 있어야 정말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된다고 생각한다. 재화와 서비스가 미친듯이 과잉된 이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페이스북에서 화장품 리뷰로 대박을 낸 회사의 대표인지 홍보 담당자인지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명함을 교환하면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제품이 대박을 내기는 했지만 너무 가벼운 이미지만 얻게 되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신뢰감 있고 계속 쓰고 싶은 화장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디자인 책을 내리 세 권이나 읽고 괜히 뿜뿜이 되어서 나를 브랜드로 만든다면 뭘로 나타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