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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Nov 22. 2018

세상이 깜짝 놀라지 않도록

뭐라도 쓰기 21일차

언젠가 누가 같이 밥먹는 자리에서 자기가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을 말해줬다. 글을 써야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진도는 안 나가는 채로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너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야. 세상을 깜짝 놀래킬 생각 하지 마.”


최근에 봤던 어떤 책에서도 그런 구절을 봤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지 말라고. 초격차였던가. 그 책에서 한 말은 위의 어머니의 뉘앙스와는 조금 다르긴 했다. 너무 시대를 앞선 프로덕트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만 하고 비즈니스적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어쨌거나 실행 과정에서는 어머니의 말이나 책속의 말이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누구나 뭔가를 잘하고 싶어한다. 뭔가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비판이나 비난보다는 사랑과 인정을 받길 원한다. 그러다 보면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느라 아예 내놓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걸 내놓게 된다. 조바심 혹은 무리한 호승심이 무리한 결과를 낳는다. 내 현실보다 너무 앞서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거나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게 독이 되기도 한다.


한걸음한걸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 가능하게, 성실하게, 겸손하게, 본질을 꼭꼭 눌러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엔 갑자기 나타나 반짝거리는 것들도 많지만 그 순간의 반짝임이나 화려함보다는 매일의 노력을 좇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짝거리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매일의 노력이 낳은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 인생은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죽을 때까진 매일 살아 있는 고역을 겪는다면 그 고역이 나에게 고통이 아닌 의미 있는 게 되도록. 40살엔 40살 만큼의, 60살엔 60년 만큼의 단단한 나의 코어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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