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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Nov 24. 2018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에게 CTO란?

뭐라도 쓰기 22일차

나에게 있어 뉴스 조직의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은 에디터와 발행인, 그리고 CTO(최고기술책임자)입니다. 만약 CTO가 뭔가 문제가 생긴 것만 고치는 IT(정보기술) 부서 정도로 생각하고 저널리즘 파트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뭔가 답답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겁니다.


http://www.mediax.kr/?p=850



나는 딱히 저널리즘 분야 종사자라고는 할 수 없어서 그동안 사실 국내외 언론사들의 변화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레거시 쪽은 아니긴 해도 어쨌든 소속은 언론사이다보니, 언론사들의 변화도 분명히 잘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에서 구독 모델의 미디어로서 가장 오래됐고 또 대중적인 게 언론사일 텐데, 저널리즘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이쪽 분야 트렌드를 게을리 봤다는 점은 스스로 좀 아쉽지 싶다.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를 직접 생산 기업에게 광고와 구독, 컨설팅 외에 또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텍스트 기반 콘텐츠 기업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데는 자원이 엄청나게 드는데, 솔직히 구매 패턴을 생각했을 때는 사치품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게 쉽지 않고, 그렇다고 정말 사치품이라기에는 가격이 너무 싸다. 전통적인 광고는, 심지어 광고의 새 지평을 열었던 디지털 광고까지도 장기적으로는 갈 길을 잃어가는 추세이고.. 구독 모델은 요즘 너무 핫하기는 한데 텍스트 콘텐츠 기업이 이걸 장기적으로 가져 가려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하는지도 고민스러운 일이고.. 컨설팅을 파기에는 사실 콘텐츠는 B2C가 존멋이랄까.. 


하여튼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차에, 다시 생각해보니 좀 웃겼다. 신문을 구독하고 신문에 광고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신문의 시대를 점령했는데, 이제와서 구독이 핫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니! 또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신문을 구독했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핫한 건 중요하지 않다. 왜 구독해야 하는가? 구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가 중요했다. 너무 당연한 건데 솔직히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답답한 건, 사람들이 모바일과 PC를 통해 읽고 쓰는 행위는 미친듯이 해대는데, 콘텐츠 생산자들이 그 행위를 좀 더 편안하게, 혹은 더 하고 싶게 해주고 있냐 하는 점이다. 내 생각엔 국내에선 아무도 이에 답하지 못했다. 다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말하는데,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인터넷에 매체 흔적 하나 남긴다고 되는 것이 아닐 텐데. 


그 이유는 지난번 글에서도 주절주절거렸지만, 기술이 콘텐츠를 서포트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콘텐츠 기업은 여전히 콘텐츠를 그저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술은 그것을 서포트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직 자체가 유기적으로 융합하지 못한다. 권한을 가진 자들 중에 기술진이 있어야 하는데  오래된 미디어 그룹은 그런 식의 조직 개편을 성공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서포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좀 더 능동적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서포트라고 한 건 딱히 능동적인 개념은 아니다. 시장에서 팔릴 만한 콘텐츠를 생각하는 데 신경을 쓰는 만큼이나 더욱 적극적으로 모바일과 웹에서 소비 가능한 최적의 형태의 고급 스토리텔링 기법과 디자인, 기술 등을 연구하고 적용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래 글은 전통적인 매거진의 편집장이 잡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면서 그 형태를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성공으로 이끈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는 물론 영상이라는 도구를 먼저 선택했고, 거기에서 잡지의 느낌을 구현해내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텍스트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참고하기에 한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바라본 관점은 누구라도 참고해볼만하다. 결국 그 콘텐츠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이 가장 중요한 거다. 한편으로는 내가 원체 본질적인 것에 집착하고 또 그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만 읽어내는 건지도 모르지만.. 


https://medium.com/@TonyJing/how-an-editors-career-crisis-led-to-a-500-million-dollar-startup-c04499002801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오늘 워싱턴포스트 편집국 사람들의 강연을 기록한 내용을 읽었기 때문이다. 맨 위에 건 링크다. 워싱턴포스트 편집장은 cto를 뭔가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it 부서로만 생각하면 답답한 상황에 빠지게 될 거라고 말했다. 이 기업이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들은 구독 모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퓰리처 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또한 증명해냈다. 결국 광고의 위상의 변화와 구독 등 기타 비즈니스 모델을 걱정하기 전에 다시 콘텐츠의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시사하는 건지도 모른다.  


영국 드라마 <it 크라우드>에서 it 부서는 빌딩 지하에 위치해 있으며 아무도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곳으로 여긴다. 거기에는 두 명의 너드가 있고 it가 무엇의 약자인지조차 모르는 it 문외한 한 명이 있다. 시트콤이라서 더욱 웃기게 그려놓긴 했지만 그 드라마의 1시즌이 등장한 게 벌써 2006년이다. 그 사이 it의 위상은 정말 많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 아직도 진심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냥 우주의 먼지 같은 일개 콘텐츠 에디터의 넋두리이다..당연히 나도 답은 모른다. 그냥 답에 더욱 가까워지고 싶을 뿐. 혹은 나만의 답을 찾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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