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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Nov 26. 2018

이번주에 본 영화 5편 짧은 리뷰

뭐라도 쓰기 24일차

1. 몬스터 대학교

타고난 것과 노력 중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둘 사이의 관계에 관한 논쟁은 끝도 없이 펼쳐지지만, 분명한 건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두 가지 모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타고난 것과 노력이 합쳐졌을 때 폭발적인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자질을 타고났는지 모른다면 관심이 있거나 해야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보통 우리는 타고난 걸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그 강점을 성장시키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다. 세상에서 인정해주는 교육 제도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상상력이 제한된다. 그러다 보니 주류 공동체가 꾸려놓은 시스템에서 우선으로 여기는 것들을 성취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그 시스템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능력은 건강하게 발전되지 못한다.

몬스터 대학교가 그리고 있는 내용은 타고난 것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다. 설리번은 몬스터로서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능력은 타고났지만 노력하지 않는 캐릭터이고, 마이크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지만 끈질긴 노력을 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종국에 마이크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타고난 자보다 더욱 강한 역량을 보인다.

모두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꾸준히 기르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인간이 사회를 꾸리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이야기의 공식으로 따지자면, 이 이야기는 굉장히 익숙하고 단순하며, 솔직히 이야기 방정식이 있다면 거기에서 찍어낸 것 같은 구조로 짜여져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안전한 성공담을 소비하며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이 영화를 봤다.

 

2. 장화 신은 고양이

황야의 무법자 같은 고양이가 테스토스테론을 뿜뿜하며 칵테일 바로 들어가 주문하는 것은 우유. 혓바닥으로 할짝할짝 우유를 마시고는 거칠게 칼자루를 휘두른다. 그는 장화 신은 고양이. 현재 도주 중. 주특기는 귀여움으로 적을 무장해제시키기. 가끔 레이저 포인트같은 불빛에는 사족을 못쓰고 쫓아가는 바람에 일을 당한다.

요샌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편이다. 나름대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아지다보니 그림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도 예전과 좀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움직임이나 감정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캐릭터 특성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장면 연출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이전보다 더 보게 된다.

이 영화는 수컷 고양이/암컷 고양이 캐릭터의 대비가 너무 인간 남녀 편견을 담은 캐릭터스러웠던 부분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역시 모에 투성이였다. 전문가의 손길들.

참고로 원작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다.

위키피디아

네이버지식백과


3. 여배우는 오늘도

한국 픽션에서도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길. 문소리 화이팅이당.


4. 다즐링 주식회사

-앞부분에 호텔 슈발리에 13분짜리 단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넷플릭스에 있는 버전에는 없는 모양이다.

-영적 세계로서의 인도에 대한 환상은 언제쯤 스크린에서 사라지나?

-하지만 장례식 장면은 참 좋았다. 나는 정해진 의식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사람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의식을 치르는 걸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는 한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랫동안 실천해온 행동들이,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게 모여 인간의 사회외 역사를 지탱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지 망가진 사람들의 인류애 같은 이야기는 멋지다. 정상 가족이라고 여겨지는 가족의 형태는 사실 환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가족은 더욱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며,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른다. 가족이라는 틀로 묶어버리고는 딱히 더 이상 인간적으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이 부여한 역할만 충실하면 대충 그냥 가족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만큼이나 이상한 번역 제목이다. 주식회사로 번역된 리미티드에는 특급열차라는 뜻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다즐링급행으로 번역되었다고.

 


5. 업

-풍선으로 집을 날게 한다는 컨셉이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엽다 귀여워. 나도 귀여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꼬마 주인공이 우리 사촌 조카랑 똑같이 생겨서 더 귀여움. 초딩인 우리 사촌 조카는 용돈을 받으면 바로 자기만의 저금통에 넣는데, 저금통이 최신식이라 나 어릴 때처럼 구멍 뚫린 돼지 같은 게 아니라, 자판기처럼 돈을 먹는 기계다. 나한테만 특별히 얼마나 모았는지 보여주겠다고 해서 들여다봤는데 명절날 하루 벌이가 나보다 나았다. 짜식..

-이것 역시 평면적이고 익숙하고 안전한 성공담이지만, 솔직히 이런 이야기 구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컨셉, 캐릭터, 약간의 변형으로 계속 생산될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가족 영화이자 마음 편한 영화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노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그냥 막 슬프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게 될 거고 몸이 내 맘 같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귀찮아할 것이고... 요즘 노인들 사이에서는 싸고 시간 때우기 좋은 지하철 여행이 인기란다. 나는 어떻게 늙어 있을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코민스키 메소드>라는 드라마를 봤다. 역시 노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인데, 한때 잘나갔던 노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줌발을 잃고, 가끔 이성을 잃고.. 그런 코미디다. 할머니가 보고싶다.

-대단한 탐험이 아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제일 담대하고 중요한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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