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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Nov 30. 2018

장인들의 세계를 원해

뭐라도 쓰기 29일차

외부 인력을 활용해 내부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외부 인력에게 구체적으로 디렉팅을 해야 한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일이 덜어진다. 그렇지 않고 애매하게 발주하면 더 큰 일이 돌아온다.


특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레퍼런스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충분히 소통하는 게 좋다. 참 애매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감성이 통하면 최고다. 나는 유머러스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 유머의 컨텍스트를 읽지 못하는 정도로 정서가 다르면 서로 힘들어진다.


그래서 사실 나는 여러모로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게 딱히 일이 덜어지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같이 일해본 사이라서 호흡이 척척 맞거나 서로 결과물을 내기까지 소통하는 시간이 충분히 긴 게 아니라면 오히려 어려운 점이 더 많아진다. 게다가 일정이나 큰 틀 정도 등 외부적인 것 위주로 관리하게 되어서 실질적인 질적 향상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일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양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게 되는데 그럼으로써 손실되는 퀄리티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양을 늘려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게 그냥 그 정도 기획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전쟁이 아닌 세상에서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강력한 무기는 시간과 노력뿐이다.


최근 편집하는 글중에 20세기 조직은 기획과 실행을 하는 조직이 분리되어 있어 책임이 전가되고 개선이 느린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내용이 있었다. 기획과 실행을 한 조직이 같이할 수 있거나 한 조직처럼 유기적으로 하고 책임 소재와 비효율 개선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조직문화가 향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콘텐츠 기획은 대단히 멋지고 우아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작은 실행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상 어느 기획자를 붙잡고 물어봐도 기획은 잡일의 연속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는 머리만 쓰고 실행은 하지 않거나 실행 방법을 모르는 이다. 많은 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전부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게 꼭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효율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다들 알면서도 머리와 손을 따로 쓰는 선택을 하게 되겠지만, 세상에 정말 고유하고 멋진 소위 크래프트맨십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우린 크래프트맨십을 추앙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포기한다. 그걸 포기하는 대신 당장의 생존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좋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케이티 화재 복구 현장에 나온 케이티 직원은 십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다. 안타깝고 위태로운 외주의 세계다.


장인정신을 부릴 수 있을 만큼만, 딱 내가 혹은 내가 함께하고 샆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세계를 꾸려서 세상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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