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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Dec 01. 2018

30일 챌린지에서 얻은 교훈

뭐라도 쓰기 30일차

생각만 하기보다 일단 실행이라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회사 일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을 항상 하고 싶었다. 수익이 날지, 팔릴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서 성취감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많았는데, 그걸 하나로 모으고 컨셉화하고 구조화하기엔 회사에서 그쪽 에너지를 다 써버려, 계속 미뤄지기만 했다. 결국 하고 싶은 건 많고,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한 채 진전 없이 죄책감만 늘어나는 상황이 닥쳤다.


그래서 그냥 지르기로 했다. 무슨 주제든 어떤 컨셉이든 다 떠나서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기반을 둔 기술은 글쓰기와 그림그리기였다. 그래서 일단 그냥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잘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단지 그냥 하루도 빠짐 없이 30일 동안 한다는 것만이 목표였다. 이 계획에서는 그냥 혼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루에 글과 그림 각각 하나씩 완성품을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30일 챌린지의 목표와 원칙]
-목표 : 글과 그림을 각각 하루에 하나씩 30일 동안 매일 그려 글은 브런치에, 그림은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다.
-원칙 : 퀄리티보다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지난 11월2일부터 오늘까지(11월2일 자정을 넘겨 포스팅했기에 3일부터로 되어 있음) 29일 동안 나는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려 포스팅했다. 좀 전에 30일차 그림을 올려 그림은 이번 도전을 공식적으로 성공했고, 지금 30일차 글을 쓰는 중이다.


이번 챌린지의 결과로 남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30일치의 약간 부끄럽고 완성도 떨어지는 글과 30일치의 일관성 없는 그림이다. 구글 엔지니어 맷 커츠는 테드 토크 "30일 동안 새로운 것 해보기try something new for 30days"에서 30일 동안 소설을 쓰고 완성했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소설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30일 동안 썼기 때문에 "it's awful"이라고도 한다. 그래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난 30일 동안 내 목표를 해냈지만 그 결과물들은 대체로 별로다.


성취감은 있다. 굉장히 괴상한 성취감이다. 뭔가 포켓몬스터 빵 스티커를 다 모은 기분이랄까. 다 모아서 너무 좋은데 정말 쓸모가 없어서 허탈한 감정이랄까.


그래도 30일 챌린지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것들이 꽤 많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온전히 나만의 개인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 내가 그림그리기를 꽤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3. 다음 30일 프로젝트의 개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됐다.

4. 하고 싶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5. 하루가 좀 더 단순해져서 두통과 조급증이 조금 줄어들었다.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런데 그걸 크게 분류를 하자면 세 가지로 나뉜다. 꾸준한 운동, 개인 작품(글, 그림, 게임, 사업계획, 웹사이트 제작 등등), 외국어. 그런데 항상 뭐부터 해야 할지 정리를 하지 않은 채로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려보기만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은 들지 않고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그런데 이번 챌린지를 실행하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차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솔직히 퇴근한 뒤 글 하나 그림 하나씩 완성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거의 기계처럼 그냥 했다.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전에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기계였다. 그렇게 대망의 마지막 날이 되고 나니, 사실 잃은 건 거의 없고 얻은 것만 보인다. 이게 정말 가장 큰 좋은 점이 아닌가 한다. 확실히 생각만 했을 때보다는 콩알만큼이라도 성장했다. 나는 적어도 30일 동안 꾸준히 매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12월에는 30일 챌린지를 잠시 접어두고, 좀 쉬면서 부담 없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사실 매일 하는 것은 엄청 피곤하긴 하다. 다음에 할 때는 좀 더 구체적이고 질적 향상을 꾀하는 목표를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그림그리기와 글쓰기를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는 데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단순히 매일 포스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그림그리기의 경우 매일 하는 것보다 하나를 그려도 더 완성도 있게 그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쓰기도 나의 코어 스킬인 만큼 더 퀄리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단계에서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취재를 기반으로 한 기획물을 완성하는 것이지 신변잡기를 매일 적는 것은 아니다. 아마 다음 30일 챌린지는 매일 포스팅을 한다기보다 좀 더 명확한 컨셉으로 30일 동안 완성도 있는 것을 며칠에 한 번씩 발행하는 정도로 목표를 좀 더 고도화하게 될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종목을 하게 될 수도. 일단은 좀 쉬어야겠다.


마음이 괜히 복잡하고, 뭔가를 해야 하겠긴 한데 뭐 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작더라도 성취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30일 챌린지를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 30일 동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의심 없이 그걸 기계처럼 실행해보길 추천한다. 인생이 좀 더 단순해지고 게임 같아져서, 그 단순한 미션을 차근차근 컴플릿해가는 스스로가 조금 더 좋아지게 되는 것 같다.


고생했다! 뭐라도 쓰기 30일 챌린지 끝!!


그동안 쓴 글 30개 중 일부는 조만간 전부 부제를 바꾸고, 일부는 퇴고를, 일부는 매거진 이동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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