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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Dec 26. 2018

산타가 지켜보고 있다

사실 그는 우리의 오래된 빅브라더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이란 노래의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무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노래에 따르면 산타는 조심해야 할 존재다. 그는 우리가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도 우리를 지켜보며 누가 착한지 나쁜지 찾아낸다. 그는 자신만의 정의로 무엇이 좋은 행동인지를 판단한다. 사회적 협의가 만들어낸 정의가 아니라 절대적 개념으로서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산타의 정의가 틀렸다면? 산타가 예를 들어 어벤저스의 타노스처럼 인구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는 식의 빌런적 정의를 갖고 있다면? 일단 이 가사 속에 등장하는 한 가지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자. 과연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인가? 아이들은 먹고 싸고 우는 게 일 아닌가..?


아이패드6에서 어도비 스케치 앱을 다운받아 애플펜슬로 그림


산타가 온다고 하면 긴장해야 하는 건 틀림없다. 학교에 장학사가 온다고 마룻바닥 왁스칠하건 것처럼 나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멘탈에 왁스칠을 좀 해야 하는 거잖나.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심판을 받아야 산타의 선물을 받을 수 있고 빅브라더의 세상처럼 데이터를 넘겨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교훈.




이런 나는 아마 8살 쯤 특별한 놀라움 없이 산타의 부재를 깨달았다. 기억에 남는 계기는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버렸고 딱히 서운하지도 않았다. 내복 입고 들떠 있던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당시 이층 침대를 함께 쓰던 동생이랑 산타를 보겠다며 잠을 안자려고 해보지만 모두 실패했었던 기억이 남았다. 그랬던 내 동생은 우는 아이는 선물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주며 선물을 준비하는 아빠가 됐고, 나는 귀엽지 않은 내복을 입고 산타의 잘못된 정의를 걱정하는 회의적인 어른이 됐다.


시간은 정말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그런 시간의 놀라운 속도에 휘말린 채로 많은 것을 얻고 동시에 많은 것을 잃으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참고로 기독교 인구가 1% 안팎인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쉬는 날이 아니며 발렌타인 데이처럼 약간은 들뜨지만 별 일은 아닌 채로 지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한 일본 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산타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려면 어마어마한 톤의장비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하는데 그말인 즉 지구 멸망이라는 결과를 낸다고 한다. 아 나는 이런 이야기가 왜이렇게 좋은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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