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이유
‘끼리끼리 논다’,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부정적인 의미나 상대를 낮추거나 하는 느낌이 조금 강한 편이긴 하지만 때로는 이를 조금 비틀어 좋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무엇인지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해당 말의 의미는 ‘당신은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이 말에서 파생된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전에 친구가 내게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다. “요즘 보는 후배들은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면, 기꺼이 희생하기보다 목표를 제거하는 편이다.”라고 말이다. 자신과 동기들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요즘은 다 그런가 보다 하며 내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말에도 동의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봤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끼리끼리 모인 거라고 말이다.
우리 세대에도 목표에 도달하기보다 목표를 희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전 세대에도 분명 그런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그 친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그들과 어울리지 않을까?’이다. 왜 우리의 눈에는 그런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까? 그들의 인간성이 좋지 못해서? 만약 그렇게 생각해서 어울리지 않는 거라면 엄청난 오만에 빠져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므로, 이 현상에 대한 답으로 ‘특징의 범위’를 생각했다.
친근감은 공감대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공감대의 요소는 나의 특징 중 하나와 연관되어 있다. 연쇄적으로, 내 특징 수치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과는 공감하기 쉽다. 사람은 모두 개개인의 특징이 있다. 한 사람의 특징은 단어로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 특징들 중에도 유별나게 눈에 띄는, 다른 특징들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나의 특징 중 하나로는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특징이 태어날 때부터 강하진 않았겠지만,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면서 점차 강해졌을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나의 다른 특징들보다도 더 높은 우선도를 차지할 정도로 프로그래밍이라는 특징이 뚜렷해졌을 때, 내게는 ‘특징의 범위’가 생긴다. 나를 기준으로, 내가 서있는 위치가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밍이라는 특징이 가장 높은 위치이다. 물론 나보다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각자가 있는 위치가 가장 특징점 수치가 높다고 한 이유는, 사람들은 같은 물체를 봐도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을 보는 시선도, 프로그래밍의 정석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뚜렷한 특징에 대해서는 각자가 기준이 된다.
하나의 기준이 잡히면, 내가 서있는 위치가 가장 특징점이 높은 곳이고, 나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특징이 옅어진다. 나와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일수록 그 특징점 수치가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나와 가까이 서 있는 그 사람의 특징점에 내가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특징점의 수치가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나, 둘 모이면서 하나의 공감대로 한 무리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끼리끼리 이고, 하나의 사회적 울타리이다.
우리는 이 울타리 안에서 머물고, 다른 비슷한 형태의 울타리와 합치면서 생활한다. 비슷한 울타리가 아니면 우리는 우리 밖에 있는 다른 집단의 울타리 안을 잘 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와 다른 공감대를 형성한 곳은 잘 보지 못하게 된다. 아까 친구가 말한 후배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짜로 세대 변화로 인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그저 끼리끼리 모였기에 우리 밖의 울타리 안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보고 싶어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끼리끼리라는 말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렇게 좋은 뜻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특정 집단의 에 속해있는 누군가의 수준이 낮음을 토대로 해당 집단을 싸잡아서 내려치기를 할 때 주로 사용되곤 한다. 대체로 범죄자 집단이나, 비사회적 집단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데 대게 ‘끼리끼리 모이니까 그렇지…’라고 수준이 낮음을 못 박아버리고 더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이상과 다르다고 해서 이해하는 것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왜 그들이 끼리끼리 모였는가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왜 모이게 됐고, 왜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지 않음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