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2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정확히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축구화를 신은 발, 그리고 스페인어 같은 언어로 중얼거리는 모습,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바르셀로나 FC의 유니폼에서 그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는 묘하게도 외계인처럼 생긴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있었다. 길쭉한 얼굴에 지나치게 큰 눈을 가진, 마치 SF 영화에서 본 듯한 존재였다.
난 그들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곳에서 이하늬가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정확히는, 그녀의 얼굴이 내 기억 속 모습과 조금 달랐지만, 그 특유의 보조개와 활짝 꽃피는 듯한 미소, 그리고 깊은 눈빛과 같은 특징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는 그냥 이하늬라 생각해도 무방했다. 무엇보다 그곳은 꿈속이었다.
그녀는 캔버스 앞에 서서 붓을 들고 있었고,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태풍이 오기 전 바다를 그려볼까요?"
창밖을 보니 바다는 이상하게 고요했다. 태풍 전야의 그 묘한 정적. 하늘은 회색빛으로 무거웠지만, 수평선 너머로는 황금빛 태양이 마지막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 대비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민 야말과 외계인 스타일리스트는 언제부턴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화실에는 나와 이하늬, 그리고 열린 창으로 침투한 바다의 소리만 남았다.
그녀가 말했다. 난 어색하게 그녀로부터 붓을 받아 들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려봤더라? 아! 대학교 때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지? 그런데 그게 벌써 20년 하고도 몇 년 전이지?'
이런 생각으로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내 손목을 가볍게 잡고 붓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러자 캔버스 위에 자연스럽게 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풍이 오기 전 바다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폭풍이 올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죠."
난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왠지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붓끝에서 나오는 색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캔버스 위를 흘러 다녔다. 회색 하늘, 고요한 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황금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화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바람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태풍 전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포근했다. 이하늬의 머리카락이 살짝 날리며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드러냈다. 그 순간 난 깨달았다.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하지만 깨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걸 생각하고 창조하며 살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살면 되죠."
너무나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그 말속에는 묘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태풍이 목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창밖의 태양은 점점 구름에 가려지고, 바다는 서서히 거칠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 웅장한 자연의 힘 앞에서 경외감 같은 것이 들었다.
이하늬가 내 그림을 들여다봤다.
"잘 그렸네요. 이 그림에는 당신의 마음이 들어있어요."
난 캔버스를 다시 봤다. 정말로 그 안에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창조에 대한 열망,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쉽게 잠을, 그리고 꿈을 깼다.
2025년 3월 15일.
중3 둘째가 미대를 가고 싶다고 했다. 학원비의 부담은 미래의 몫으로 넘겨버리고 3주간, 일요일마다 아이를 데리고 서울의 미대 순회를 했다. 비 오는 국민대 캠퍼스에서 쉬다가 난 살짝 격양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도 대학교 땐 순수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그러자 아이가 묻는다.
"그래서?"
"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