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4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 오늘은 어린 시절의 꿈입니다.
당시에 살던 전라남도 고흥의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꿈은 시작됐다. 앞마당과 뒤뜰이 있고 마당 한 편의 낡은 닭장에선 열다섯 마리의 어린 닭이 서성거리던 곳이었다.
시간은 새벽녘이었고 주위를 둘러싼 공기에선 낡은 먼지 냄새가 났다. 웬일인지 아버지, 어머니도, 형도 없이, 그 집에는 동생과 나 둘만 있었다. 동생은 현실에서와 같은 신생아였다. 그리고 누가 부여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동생을 안고 성처럼 하천으로 둘러싸인, 전에 살던 집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있었다.
주택가와 수풀과 하천이 뒤섞인 복잡한 구조의 골목은 자연스럽게 미로를 이루고 있었다. 발밑은 흙과 자갈이었고, 하천에서 거쳐 오는 바람에는 오래된 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나는 한 손에 동생을 안고, 다른 손으로 미로 곳곳의 철제문을 밀며 좁은 길을 지났다. 마음 한편으론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꿈을 꾸는 내 시점이 바뀌었다. 나는 미로를 헤매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힌 미로 한가운데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존재 하나가 보였다.
미로 속 나에게 보는 나는 경고를 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여자 아이였다. 위에서 봤을 땐 두 명이었는데 시점을 낮춰 다시 미로 속 내가 되어 본 그 아이는 한 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가 두 개인 한 아이였다. 닮은 듯 다른 두 얼굴은 하나의 목에서 뻗어 나와 있었다.
그 존재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니었다. 기어 오듯, 미끄러지듯, 아마도 꿈에서만 가능한 방식이었고 그 움직임은 말로 설명하긴 힘들었다. 어린 난 무서웠지만 이상하게 슬프기도 했다. 그 아이 역시 이 미로에서 길을 잃은 존재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가 둘인 아이를 만나 더욱, 필사적으로 나아가다 보니 미로는 끝이 나 있었다.
멀리, 목적지인 그 집이 보였다. 여전히 해자처럼 물길에 둘러싸인 그 집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작은 다리였다. 그런데 그 다리 위에 집주인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내 품에 있던 동생은 어느샌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어린 내겐 미로에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이 컸다. 어쩌면 내 임무는 동생을 그녀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줌마 품에 있던 동생의 목에서 머리가 떨어져 내렸다. '딱' 소리와 함께. 마치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주인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몸서리치며 잠을 깼다.
1981년 7월
그날은 폭풍우가 들이닥쳤다. 꿈 때문인지, 천둥소리 때문인지 나는 새벽에 일어나 문을 열고 마루에 나가 세찬 비가 쏟아지는 마당을 바라봤다. 갑자기 꿈의 내용이 의식 속에 들어오며 공포심에 닭살이 돋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코를 골며 주무시던 아버지를 깨워 함께 마루에 앉았다.
한 달 전, 여동생이 태어났다. 하지만 심한 황달을 앓아 아직 집에 오지 못했다.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여동생은 집보다 내 꿈에 먼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