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면 파스타

서울, 夢. 5화

by 노창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꿈속에서 나는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내 책의 홍보를 위한 콜라보를 하게 된 작은 파스타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아직 공식 오픈 전이었다. 간판도 걸리지 않아 이름도 몰랐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마치 오래된 꿈에 숨겨놓았던 그리운 장소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은 특이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는 아니었고, 오래된 차이나타운 뒤편 골목길, 수입 과자 가게와 반쯤 문을 닫은 공구점 사이에 있었다. 바닥에는 붉은 벽돌이 깔려 있었고 간판이 들어갈 사각형의 공백은 은은한 네온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벽엔 오래된 우편함이 걸려 있었다. 식당 내부는 딱,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 나올 법한 감성으로 가득했다.



얇은 커튼이 출처 모를 바람에 하늘거리고, 오렌지색 조명이 반짝였으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사장이 조용히 잔을 닦고 있었다.


기억해내려 해도 그의 얼굴을 어디서 봤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슬램덩크의 북산 감독 같기도 했고, 아니면 중학생 때 자주 가던 만화방 아저씨 같기도 했다. 그는 내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살짝 웃으며 물었다.


"책, 가져오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직 책이 나오기 전이라 내 손엔 책의 모양을 한 빈 케이스만 있었다.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우리는 테이블을 따로 내어 위치를 잡았고, 메뉴판에는 작은 소개 문구도 넣기로 했다. 그 동작들에 깃든 설렘은 마치 <터치>, <H2>, <러프> 같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속 주인공이 고시엔의 결승에 출전하기 전날, 잠 못 이루는 밤의 감정과 같았다.



준비를 마치고 그는 내게 식사를 권했다.


메뉴가 특이했다. 파스타의 면이 마치 쥐포처럼 납작하고 얇은 데다 끝부분은 기름에 튀긴 듯 바삭했다. 향은 은은한 간장과 해조류가 섞인 듯해, 식감은 초가을 파도 같았다. 파스타의 맛은 담백했고 먹다 보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손님은 아직 없었지만, 그 공간은 이미 채워져 있었다. 잔잔한 음악, 스피커 위의 놓인 작은 라디오, 벽에 기대 선 풍경화 한 점. 나는 식당 한쪽에 앉아 면을 천천히 음미했고, 사장은 내 건너편에서 조용히 물을 마셨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깨고 싶지 않았다. 이 평온한 오후, 이 따뜻한 조명, 그리고 누군가 내 책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 모든 것이 너무 소중했다.



식당 문이 천천히 열리며 저녁빛이 스며들었고, 나는 마지막 한 가닥 면을 다 먹은 후 포크를 내려놓았다. 사장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끝내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얼굴. 내가 꿈에서 깨면 사라질 이 순간.


꿈에서 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그와 내가 무엇을 위해 협업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가게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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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0일

생애 첫 책을 출간했다. 먼저 전자책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책 홍보를 위해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책을 알리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문득 떠오른 건, 중학교 때 내 얄팍한 주머니에서 매주 한 번씩 500원을 꺼내가던 아다치 미츠루의 해적판 만화책들이었다. 그렇게 독자가 안달이 나게 만드는 책을 쓰고 싶어졌다. 다음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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