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없는 것들

서울, 夢. 6화

by 노창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앞선 장면은 흐릿했다.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영상처럼,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평화로운 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배경은 어느 도시였다. 나는 그곳에서 서울이 아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뉴욕을 떠올렸다.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도시 특유의 소음도 없었다. 거리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나는 한 여인과 함께 걷고 있었다. 내가 느꼈던 평화로운 감각은, 그녀 덕분이라 생각했다. 함께 어떤 음식점에 갔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녀와 줄곧 함께 있었다는 감각만은 꽤 선명했다.



멀리서 이상한 물체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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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트럭이었다. 일반적인 화물차와는 달랐다. 트럭 위에는 방어용 철제 구조물과 둥근 관측용 돔이 있었고, 중앙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는 무전기를 들고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더니 거리를 향해 기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양쪽에는 발칸포 같은 무기도 달려 있었다.


이상한 건 들려야 할 굉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소리는 묘하게 눌려 있었고, 그 모습은 음소거된 영상처럼 느껴졌다.


꼼 속의 나는 무심코 '세기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근거는 없었다. 다만 내 눈앞의 장면은 내가 아는 세계의 끝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우리, 즉 그녀와 나는 인근의 건설 중인 건물로 피했다.


구조물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금속 파이프와 철제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숨으려 해도 숨을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먼저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트럭과의 거리는 충분히 멀었기에 사격 대상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기와 사람, 침묵 속에서 터지는 발사 장면들. 그것이 언젠가 내 마지막을, 그리고 누군가의 죄를 증명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때 기관포를 쏘던 남자가 무전기를 들고 트럭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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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총은 들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더 무서웠다. 걷는 속도는 느렸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그는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철제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를 조금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나는 그를 맞닥뜨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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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까이 왔다.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말하며 주위를 살폈다. 마치 우리를 찾는 듯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나를 지나쳤고, 어느 순간 그는 사라졌다.



나는 의문 속에서 멈춰 섰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왜 이곳에 왔을까. 하지만 곧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가 돌아온다면 그를 맨몸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군사 장비와 통신망,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쥔 건 고작 스마트폰 하나였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방법은 없었다.

그녀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가족을, 일상을,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을.

숨은 채 가만히 있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까.


나는 땀이 뺨을 타고 떨어지는 걸 느꼈다. 폐 속의 공기가 무거웠고, 심장은 늪에 빠진 물고기처럼 힘겹게 뛰었다. 소변이 마려울 정도의 압박감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실에서, 푹신해야 할 소파는 철제 구조물처럼 불편하게 뼈를 자극했고 금세 그 남자의 무전기 소리가 귓속을 비집고 나올 것 같았다.




2025년 7월 21일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아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날 이후 일주일 동안 나는 그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이 꿈을 꾸고 나서야 나는 담담히 현실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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